[인터뷰] 영화 <못> 서호빈 감독

지난 3일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하 BIFF)가 열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독립영화와 아시아 영화의 상영이 부쩍 늘어났다. BIFF와 부산의 독립영화계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이번 영화제에 상영되는 <못>의 감독이자, 부산의 독립영화 제작사 ‘새삶’의 대표인 서호빈 씨를 만나봤다.

 
<못>은 아시아영화펀드(ACF)에서 후반작업 지원을 받아 완성됐다. <지슬>, <혜화, 동>의 뒤를 이어 ACF의 후반작업 지원을 받은 만큼 의미가 각별하다. 서호빈 감독은 “작년에도 새 삶에서 제작한 영화 <개똥이>가 BIFF에 초청받고 올해도 <못>이 상영된다”며 “외부에 서 볼 때 신생 영화사가 만들어낸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겸손했다. 그는 “장편 하나를 만들었지만, 아직‘ 감독’이라는 칭호가 낯 뜨겁다”며 “감독이라는 이름에 매몰돼 자만하면 안된다. 나는 아직 모자라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못>이 ACF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사실상 BIFF는 부산 독립영화 성장에 큰 기여를 하지 않는다. 서 감독은 “자료를 찾아봐도 BIFF가 독립영화활성화에 기여한 바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서울보다 제작환경이 열악하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제작 인프라도 잘 갖춰지지 않았다. 때문에 부득이하게 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BIFF에 지원을 원하는 것보다 기회의 장으로 이용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서 감독은 “BIFF에서 부산의 독립영화에 특혜를 준다면, 부산 독립영화가 오히려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호빈 감독은 “당장 부산 독립영화에 가산점을 주고, 영화제에 부산 섹션을 만드는 것이 가시적으로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질이 담보되지 않는 작품을 관객이 접하게 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관객과 독립영화와의 괴리만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호빈 감독은 영화 제작 구조와 관객의 인식 변화가 제일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호빈 감독은“ 부산의 영화계에는 착취구조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영화 제작비로 1억을 지원받았는데, 찍을 영화의 예산이 2억이면 그 영화는 찍지 말아야 한다”며 “하지만 인건비를 최대한 축소시켜 1억 원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에서 스탭들은 착취당한다. 결국 전문 인력들은 하나둘 부산을 떠난다. 그는 “나도 내 주변의 스탭들을 잘 못 챙겨줄 때가 많다”며 “지금은 최대한 인건비라도 제대로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독립영화 제작자들만 변해야할까? 서 감독의 대답은‘ No’다. 관객도 변해야한다. 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독립영화가 외면 받지 않는다. 그는 “옆 나라 일본만 봐도 우리나라와 다르게 독립영화를 일상으로 즐긴다”며 “‘어떤 배우가 나와서’, ‘누구의 작품이라’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람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관객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서호빈 감독은 “미디어에서는 툭하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며 “인구의 1/5가 한 영화를 봤다는 건데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부산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도시다. 서울은 포화상태고, 부산은 새로운 시도의 여지가 많이남아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앞으로 영화만 찍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하고 싶으나 여건상 포기한 이들을 찾을 계획이다. 서호빈 감독은 “부산의 기성 문화계가‘ 안된다’고 말했던 것에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새 삶의 영화가 BIFF에 연속으로 초청된 것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패기 넘치는 그의 말에서, 앞으로도 발전할 부산 영화계를 읽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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