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고 짠 음식의 위험성

▲ 일러스트=권나영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H씨, 그의 주식은 라면이다. 라면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어야 속이 든든해진다. 하루종일 라면만 먹다 질리면 북문 근처 식당에서 닭갈비를 먹는다. 간만에 외식이라 양념까지 싹싹 긁어먹는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과제를 하려 하니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갑자기 매운맛이 당긴다. 저녁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청양고추 라면이다. 이와같은 생활을 반복한지 어언 4년. H씨는 갑자기 속이 메스꺼웠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병원에 방문하니 의사는 ‘나트륨’과 ‘캡사이신’ 과다섭취로 인한 위염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김치와 찌개. 김치와 찌개를 통해 섭취되는 ‘나트륨’과 ‘캡사이신’으로 인해 국민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염장류’, ‘탕류’ 등의 음식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고추 소비량이 4kg에 달하며,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일일 나트륨 섭취량보다 2배 이상 섭취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위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가 ‘맵고 짠 음식을 먹는 식습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흔히 사람들은 ‘캡사이신’이 암세포 성장률 감소와 스트레스 해소 등을 이유로 몸에 해롭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캡사이신’은 암세포 성장률을 감소시키지만, 오히려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매운 음식을 과다 섭취 할 경우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부산대병원 김광하(내과) 교수는 “캡사이신은 위를 빨갛게 달아오르게 하여 메스꺼움을 느끼게 한다”며 “위벽이 약한 사람이 과다섭취할 경우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을 유발한다”고 전했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건강에 있어 폭탄이라면, 짠맛을 내는 ‘나트륨’은 건강에 직격탄이다. ‘캡사이신’은 위벽이 약하거나 심장질환이있는 사람들만 특히 조심하면 된다. 반면 나트륨은 식습관과 관련돼 쉽게 줄이기 힘들고, 과다섭취 시 각종질병이 유발된다. 부산대병원 이정규(가정의학) 교수는 “짠 음식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나트륨이 혈관 내 수분을 흡수하여 고혈압을 유발한다”며 “고혈압은 동맥경화를 일으켜 각종 심장질환과 뇌졸중 등을 유발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맵고 짠 음식은 몸 속의 수분을 흡수해 근육 형성을 방해하고, 열성 탈모인 사람의 경우 탈모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나트륨’과 ‘캡사이신’이라는 폭탄을 피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문창식당 강해인 영양사는 △국물이 있는 음식은 건더기만 먹을 것 △저염 소금을 이용할 것 △가공식품과 외식을 자제할 것 △의식적으로 간을 싱겁게 할 것 △스트레스 해소라는 이유로 매운 음식을 억지로 먹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우리 음식에서 없어선 안될 소금과 고추. 적절하게 먹으면 약이 되지만 과다하게 먹으면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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