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없이 5일간 살기
이 기사를 읽기 전, 지금 당장 가방 속 파우치를 꺼내 화장품의 개수를 세어보라. 만약 당신이 남자라면, 지나쳐간 화장품 가게의 개수라도 생각해보자. 생각보다 많은 개수에 놀랐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나씩 사모은 화장품 속에는 이름 모를 성분이 가득하다.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방부제나 합성계면활성제는 암이나 피부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예는 방부제 속 ‘파라벤’으로, 최근 이 성분이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각국의 전문가들은 <화장품에 대한 50가지 거짓말>, <화장품이 피부를 망친다> 등 다양한 저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들이 말하는 화장품의 ‘비밀’을 몸소 느껴보기 위해, 기자는 기꺼이 화장품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자신감의 원천이 화장품?
눈물을 머금고 파우치를 서랍속으로 집어넣었던 체험 첫날, 기자는 곧 ‘지옥문’을 열어젖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전 수업에서 ‘무려’ 조별 발표를 해야 했던 것이다. 얼굴에 울긋불긋하게 나타난 결점을 최대한 가리기 위해서 안경을 썼고, 등교 중에는 바닥만 봤다. 학생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발표에 집중하지 못했다. 화장품이 주는 심리적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화장품 구매행동과 가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화품 사용 시 추구하는 가치는 크게 개성표현, 결점보안(변신), 기대감, 기분전환, 타인 배려 총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기자는 다섯 가지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해졌다.진짜 내 피부를 느끼다 체험 3일째, 기자는 의외의 느낌을 받게 됐다. 얼굴에 수분기가 많아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침마다 화장 직후에 느꼈던 답답함이 사라져 상쾌하게 등교할 수 있었다. 김문범(의학전문대학원 피부과학교실) 교수는 “20대는 충분히 피부 재생 능력이 뛰어나고 피부 상태도 좋다”며 “여드름 치료, 피부염 치료 등 뚜렷한 목적 없는 화장품 사용은 오히려 피부를 상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 금식일’을 가져보자
클렌져와 립스틱에 숨겨진 비밀
기자는 밤마다 만나던 클렌징 제품과도 이별을 고했다. 습관처럼 사용하던 클렌징을 쓰지 않으니 허전했지만, 그보다 세안 시간이 단축돼 편한 느낌이 더 컸다. 또한, 손으로 문지르지 않아서 피부가 받는 자극도 덜했다. 클렌징 제품 외에도 수면 시 사용하는 제품이나 메이크업 제품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관련 저서를 찾아봤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에서는 다양한 립제품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립제품은 상당량을‘ 먹게’되는게 문제인데,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는 식품 첨가물로 허락되지 않은 79종의 색소를 쓰는 것이다. 기자는 적어도 체험 기간 동안 유해 색소 섭취를 피할 수 있었다.
‘피부 금식일’을 가져보자
기자는 그저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데 그쳤지만, 더 적극적인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연화장품을 만들어 쓰는 것이 대표적이고, ‘피부 금식일’을 매주 정해 실천하는 것도 하나의 예다. <천연화장품 DIY>의 저자 민중기 씨는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사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했나. 5일간 체험을 한 기자에게 화장품만큼 과유불급에 들어맞는 것은 없는 것같다. 기자는 피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먹이고 있었다. 혹시 당신이 한순간이라도 고개를 끄덕였다면, 하루쯤 ‘피부 금식’을 실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참고자료 : <라이프스타일 유형에 따른 화장품 구매행동과 추구가치에 관한 연구: 20대와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 이상현⋅유창조⋅최성문2005, 한국심리학회지
이혜주 기자
how4157@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