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공학교육혁신센터에서는 지난 4월 ‘착한기술설계공모전’을 개최했다. 여기서 착한기술이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적은 비용으로도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을 뜻한다. 이익을 향한 기술이 아닌 사람을 향한 기술이 바로 착한 기술인 것이다. 이 같은 착한 기술로 ‘핸드리스 세안기’를 만든 대상 수상팀 ‘마루’의 이규하(항공우주공 4) 씨를 만나봤다.

▲ 상단부에 얼굴을 대고, 하단부의 페달을 밟으면 손을 대지 않아도 얼굴을 씻을 수 있다

핸드리스 세안기는 착한기술설계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손이 불편한 절단장애인들이 어떻게 ‘손 없이도’ 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세안기의 아래쪽에 있는 펌프를 발로 밟으면 물이 나오고, 턱으로 물비누가 있는 부분을 건들면 물비누가 나와 손을 쓰지 않아도 얼굴을 씻을 수 있다. 이규하 씨는 “절단 장애인들의 경우 복지사분들의 도움을 받아야 세안을 할 수 있는데, 그런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핸드리스 세안기를 개발하게 됐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겉보기에 세안기의 작동원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제품 설계와 구체화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처음에 설계했던 도면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규하 씨는 “상상했던 제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아예 실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세안기도 제품 제작을 의뢰했을 때 제작비용이 130만 원에서 6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어서 가지고 있는 예산으로는 제작이 곤란했다”고 밝혔다.

비용문제 때문에 처음 설계와는 방향을 조금 틀었다. 기존 공산품을 이용해 제품을 직접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주변에서 필요한 부품을 얻고 재활용품을 활용해서 비용을 최소화했다. 또 제품의 완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다. 이규하 씨는 “학교에서는 아무래도 이론 위주로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제품 제작 쪽에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철물점 사장님이나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자문을 많이 구했다”며 “부산대 근처 안 가본 철물점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많이 팔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힘든 과정 속에서 작품이 완성됐지만 중간에 고비가 찾아왔다. 처음 핸드리스 세안기를 출품했던 대회에서 고배의 잔을 마시게 된 것이다. 이규하 씨는 “2년 전에 장애인 보조기구를 만드는 공모전에서 작품을 출품했지만 탈락했었다”며 “당시 대회에서 피드백을 해주지 않아 작품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 건지, 아예 아이디어 가치가 없었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다시 한 번 작품을 보완하게 된 건 주위의 도움과 격려였다. 그는 “교수님께서 아이디어 괜찮다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보라고 격려해주셔서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다시 도전해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망설이기보다 제품을 직접 만들어 보라고 조언한다. “핸드리스 세안기도 ‘손이 없으면 어떻게 씻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고민을 기반으로 해서 살을 붙여 나갔다”며 “만드는 과정에서 곁가지들이 저절로 자라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