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자연예술인협회의 작가가 탄생시킨‘설치 미술품’이다. 나무를 해치지 않게 지붕을 뚫은 이 작품은 협회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최근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전국 16개 시·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점차 레지던스가 확대 운영·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문화재단 역시 2010년부터 레지던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문화단체 지원 확충 △레지던스에 거주하는 국내 작가 확보 △민간·지방 영역으로의 레지던스 확대 △레지던스 정체성 확립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레지던스의 활성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자금이다. 예술가를 섭외하고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실비만을 지원할 뿐 그 이상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자연예술인협회 조선미 큐레이터는 “숙박이 가능한 공간이 없으면 레지던스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레지던스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공간 자체보다는 활동·운영비에 초점이 맞춰져 공간 리모델링 등 공간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아지트 김건우 대표 역시“ 실제로 교통비, 재료비 등만을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거주 작가의 부재 역시 해결해야 할 지점이다. 레지던스의 목적이 교류와 소통인 만큼 부산 외 국내 작가들과의 소통 역시 필요하지만, 모집을 통해 선발된 작가들 중 국내 작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조선미 큐레이터는 “부산 내의 작가만 몰려 있는 것이 아쉽다”며“ 해외의 아티스트들이 의외로 많이 지원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에는 아티스트들에게 제공된 창작공간이 타 지역과 비교해 많은 편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창작공간만 해도 약 10여 개다. 지원없이 수익금으로만 운영되는 레지던스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방은 수 자체가 적을 뿐더러, 대부분이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고 자생적인 영역에서 레지던스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부산의 레지던스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거나, 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다. 아지트, 오픈스페이스 배, 부산자연예술인협의회 등은 지원을 받고 있으며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는 시에서, 홍티아트센터와 민락인디트레이닝센터는 부산문화재단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문예진흥팀 김예인 씨는“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에 레지던스를 수행할만한 문화단체가 양적으로 많지않다”며 “그래도 매년 1~2팀정도 새로운 레지던스 팀이 나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등 대도시 속 레지던스의 기능이 일정 부분에 치우쳐져 있어 문화적 소외 지역에 레지던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병태 책임연구원은 “대도시의 레지던스는‘ 아티스트 창작 역량 강화’ 혹은 ‘국제 예술가 네트워크 구축’에 기능이 치우쳐져 있다”며“ 문화적 소외지역의 레지던스는 아티스트들의 창작역량 강화와 함께 지역의 문화 거점 공간으로서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 연구원은‘ 지역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융합형 레지던스 공간 설립 및 운영 방안 연구’에서 공간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현실적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 △지자체 및 중앙 부처의 지원활동과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 △자생력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레지던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레지던스에 정체성이 없으면 아티스트들이 찾아오지 않을뿐더러 지역민들에게도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개성있는 레지던스로는 오픈스페이스 배, 아지트가 꼽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성겸 협력관은“ 레지던스마다 특화된 영역이 있어야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줘 성장을 도모할 수 있고, 사회적 가치 역시 창출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지던스가 단순한 창작공간의 의미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레지던스는 해외에 비해 정체성이 아직 확립되지 못했다. 이유는 레지던스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오래된 레지던스가 많아 그 정체성이 확고해진 데 비해 우리나라의 레지던스는 아직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전국 시·도에서 레지던스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경험이 일천하다. 이성겸 협력관은 “이 때문에 협력관을 파견해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계속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며 “레지던스의 발전 가능성은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만큼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레지던스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레지던스 역시 해외처럼 활성화된 문화 교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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