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예술가라고 하면 흔히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방랑자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실제로 예술가들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을 찾는 예술가들을 위해 일정기간동안 예술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기간동안 일정공간에서 기본적인 예술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숙식, 작업공간 등)을 갖춰야 한다.

부산에서도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2010년부터 국·시비로 매년 2억여 원씩 예산을 편성하여 이 사업을 진행했으며 올해에도 공모를 통해 참여 팀을 선정했다. ‘ 문화행동 재미난 복수’. ‘문화 소통단체 숨’, ‘부산자연예술인협회’, ‘오픈스페이스 배’가 선정되어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자연예술인협회 조선미 큐레이터는 “무엇보다도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며“ 작품만 오가는 교류전시회 등의 프로그램에 비해 ‘교류다운 교류’를 하는 것이 바로 레지던스”라 전했다. 

▲ 미국의 뮤지션 라일런 더럼 씨가 동료 아티스트와 함께 녹음 작업 중이다

세계 속 마이너들과 함께하다 - 독립문화공간 아지트

‘대안문화행동 재미난 복수’가 운영하는‘ 독립문화공간 아지트’에는 우리나라 작가도 많지만 외국 작가들이 주를 이룬다. 올해로 5년 째 일본, 홍콩, 대만, 브라질,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입주 작가를 선정하는 다른 공간들과 달리 아지트에서는 작가에게 직접 연락하여 선정한다. 아지트 김건우 대표는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네트워크는 주로 시각예술 분야 중심이기 때문에 아지트가 지향하는 인디 힙합, 그래피티 등의 비주류 문화에 맞추기 위함”이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작가 또한 레지던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와 지트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라일런 더럼씨는“ 타지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하면 확실히 영감을 더 잘 얻는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심 밖 소통의 공간 - 오픈스페이스 배

기장군 일광면에 위치한‘ 오픈스페이스 배’는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다른 레지던스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둔다. 현대성, 편의성과 거리가 먼 환경으로부터 출발하여 참여 작가로 하여금 작품 생산이 아닌 소통의 생 산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오픈스페이스 배’는 참여 작가에게 공식 워크숍과 프로그램 제공 뿐 아니라 비공식 소통의 자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지역·국내외 유명 작가 및 관계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함으로써 문화 및 사고의 차이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곳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워크숍이다. 작가들만의 소통 기회 제공이라는 기본 목적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매년 10회 이상 다양한 주제로 운영한다. 오픈스페이스 배는 소통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들을 다음달 25일까지 전시한다.

 

▲ 부산자연예술인협회의 레지던스 작가 무시마루 후지에다 씨가 행위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행위예술에서 시각예술까지 - 부산자연예술인협회

부산자연예술인협회(이하 ‘자연예술인협회’)는 주로 3~4개월의 단기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행위예술(퍼포먼스), 음악 등 여러 장르에 폭넓게 걸쳐져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작가들과 함께 활동하여 부산국제행위예술제, 부산꽃마을국제자연예술제에서 결과물을 발표했고, 올해는 유럽을 중심으로 교류한다. 현재 자연예술인협회 성백 대표를 비롯한 5명의 작가들이 다음달 10일까지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떠나있다. 작가들은 한국화, 회화, 가야금 등 다양한 장르를 융합하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 달 초에 새로운 작가를 맞이해 새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들은 협회의 작업실이 위치한 서대신동 꽃마을에 가면 작가들이 참여한 벽화와 설치미술 작품들을 즐길 수 있다.

 

문학예술이 숨쉬는 공간 - 문화소통단체 숨

문화소통단체 숨은 대안문화단체이자 사회적 기업으로, 비보이공연, 축제기획 지원과 집필 동을 주로 한다. 다른 단체들과 다른 숨의 흥미로운 점은‘ 문학 집필’이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인큐베이팅 레지던스’를 통해 집필 예술가들은 작업공간을 지원받을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영화감독 등의 멘토링을 받기도 하고, 내용선정에서 출품에 이르기까지의 지원을 제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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