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단지, 지역의‘ 복덩이’가 아닌‘ 암 덩어리

송정해수욕장 옆으로 대규모 공사판이 보인다. 공사차량들은 쉴 틈 없이 기자재를 나르고 땅을 파헤치고 있다. 사업비만 4~5조, 여의도 4분의 1보다 큰 면적에 사계절 체류형 해양복합 리조트인 동부산 관광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동부산 관광단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지 어언 14년. 긴 시간만큼 마을 주민들은 골병들어 간다.

동부산 관광단지 공사장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동암 마을, 마을 주민 대다수가 어업과 텃밭을 가꾸며 조용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되면서 마을에 재앙이 들이닥쳤다. 비가 오면 빗물이 마을 앞 도로를 타고 마을로 유입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마을은 곧장 침수된다. 심지어 공사장의 흙탕물이 마을 앞바다로 유입돼, 물질로 생계를 유지하던 해녀들이 피해 받고 있다. 동암 마을 신연고(62) 이장은“ 현재 토지에 대한 보상도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동부산 관광단지는 마을의‘ 복덩이’가 아니라‘ 암 덩어리’와 같다”고 전했다.

동부산 관광단지는 2017년 완공이 목표이지만 사업 타당성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광단지 내 주거시설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해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 강물에 파이프를 박고, 그 위에 집을 지어 사는 염막지구 주민들은 갑작스런 에코델타시티 개발로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해체되는 마을

일자로 늘어진 골목 옆으로 강이 흐르고 있다. 골목과 강 사이에는 허름한 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강서구 대저2동 염막지구의 주민들은 강물에 파이프를 박고, 그 위에 집을 지어 산다. 수상 가옥이 지어진 인근 강에는 쓰레기가 즐비하다. 물 위로는 철새 몇 마리가 쓰레기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한때 철새집단 서식지였다는 ‘맥도강’, 강 주변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현재는‘ 똥강’이라고 불린다. 염막지구 주민 김종대(58) 씨는 “시와 구청에서 지금의 하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생태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업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80년대부터 형성되어온 이 마을은 에코델타시티 재개발 구역에 포함됐다. 마을 대부분 불법건축물이라 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겉은 허름하고 부족하지만, 항상 정이 넘치는 곳이었다”며“ 35년 동안 동고동락해 온 마을에 에코델타시티는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다”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보이는 김종대 씨. 보상 문제를 떠나 마을 공동체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해체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는 부산 강서구 360만여 평, 사업비만 약 5조 6천억을 들여 친수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비한 주민 보상 △환경파괴 △사업성 없는 계획 △철새도래지 훼손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다.

 

▲ 달맞이 언덕 위, 최고 높이 53층 ⋅ 21개 동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수익 모델로 전락한 자연경관

‘한국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 불리는 달맞이 언덕 위 초고층 건물이 솟아있다. 최고 높이 53층의 초고층아파트는 완만한 언덕 위 우뚝 솟은 뿔과 같아 달맞이 언덕만의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다. 아파트 주변으로는 경사진 언덕이 조성돼 마치 기존의 거주지와 경계를 짓기 위한 성벽처럼 보인다. 현재 달맞이 언덕 재개발은 막바지 공사로 분주하다. 공사장 주변에는 차단막 마저 없어 먼지가 희날린다. 주변에 주차된 차체를 손바닥으로 쓸어보니, 검은 먼지가 묻어나왔다. 재개발 구역 바로 앞에서 15여 년 동안 밀면집을 운영해온 A씨는 “자연경관은 고사하고, 초고층 아파트 때문에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며“ 도저히 사람 살 곳이 아니다”고 전했다. 또한 “초고층 아파트가 통유리로 되어있어 감시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달맞이 언덕의 재개발 사업은 기존의 해운대AID 아파트가 노후화됨에 따라 계획됐다. 사업 초기 초고층 건물을 세워 수익성을 늘리려 했지만, 자연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됐었다. 하지만 문제는 뒤로 한 채 21개 동의 대규모 단지가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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