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군 한 마디는 단연 ‘컨트롤(Control) 비트 다운 받았습니다’였다. 한 힙합 가수의 곡 발표를 선두로, 다른 가수들이 서로를 겨냥하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디스곡을 발표하면서한동안 그들만의 불꽃 튀는 ‘디스전’(Disrespect 戰의 줄임말)이 펼쳐졌다.

이번 한 주 우리학교는 한 편의 디스전을 방불케 했다. 최우원 교수 외 3명의 성명서, 법대·생환대 회장의 자보, 이광혁 씨의 자보, 그리고 이에 대한 총학생회의 해명 자보가 줄줄이 이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끝없는 논쟁과 댓글이 쏟아져 나왔음은 물론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 했던가. 지난 23일 오전 이광혁 씨의 자보가 붙은 게시판 앞에서, 필자는 분명 흥미로 반짝이는 학생들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사건을 취재하며 만나본 학우,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은 역시나 대부분 열띤 논쟁을 환영하고 있었다. ‘음지에서의 싸움보다는 더 의미 있다’,‘ 무관심보다 백 배 나은 태도’, ‘국립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하는 당연한 일’과 같은 문장들이 취재수첩에 차곡차곡 적혔다. 어느 한 학생은 이렇게까지 얘기했다.“ 이런 걸 주제로 대자보를 통해 싸움을 한다니, 멋있잖아요”

하지만 모두에게 스프레이 사건은 아쉽고 이해할 수 없는, 나아가 대학생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표현방식 이었다. 난데없이 스프레이 테러를 당한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지부 이상룡 분회장은 “이게 어떻게 대학이란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분노했다. 의견에서 차이를 보이던 학생들도 간만에‘ 이건 아니다, 비겁하다’라 는 말로 하나가 됐다. 부산대생일지도 모르는 범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학교 사람 일리가 없다’는 의견도 간혹 들렸다. 그만큼‘ 빨간’글씨는 나름 배웠다 하는 대학생으로서, 비지성적이고 당당하지 못했던 표현이었던 것이다. 의견이 오가는 중에서,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익명과

가짜 이름 뒤에서‘ 치고 빠지는’ 행태도 볼수 있었다. 비판과 비판을 넘어선 비난, 비아냥 등을 쏟아내고서 다수의 반박이 이어지자 숨어버리는 모습 말이다. 아마 이렇게 도망가더라도 내가 누군지 모를 것이라 쫓아오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으리라.
머나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성행하는 스포츠를 보라. 사람은 기본적으로 싸우고 논쟁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고, 때론 우리를 흥분하게 만든다. 열띤 토론은 아드레날린을 샘솟게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와 개인의 허술한 점을 무너뜨리고 다시금 단단히 쌓아올리게 한다. 다만 뒷받침이 없는 매도와, 음지에서의 비겁한 소리침은 무시당할뿐이다. 학생들을 당황시켰던 교내의 적색낙서는 비겁한 소리침이었고, 참으로 치졸한 것이었다. 사안에 대해 견해를 가지고 표출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를 설득했어야 하지않았을까.
 
싸우고 싶은 사람들은 땅 위를 딛고 당당히 양지로 나서자. 탄탄하고 매력적인 근거들로 무장하자. 패배로 끝을 맞았다면 이를 갈고 철저히 준비해서 다시 우리를 설득시켜달라. 우리를 ‘컨트롤’할 수 있는, 그런사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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