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에 다시 살펴봐야 하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이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이라는 말에서 자칫 연애지침서로 오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저자는 그러한 매뉴얼적 사랑에 대해 고전과 인문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통쾌한 한 방’을 날리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사랑에 임하는 세 가지 테제에 함축돼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바로 나다!’라는 테제는 사랑의 모습이 대상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는 ‘희생’이나 ‘순정’과 동일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실연은 행운이다’라는 테제 에서 ‘차였다’는 사실은 사랑의 주체가 ‘나’임을 인식한다면 오히려 환영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 테제인 ‘에로스는 쿵푸다’는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다.
 
책에는 수많은 고전서와 그림이 등장한다. 브랑쿠시의 <키스>라는 작품은 두 사람의 키스를 하는 형상을 나타내는데, 이 모습에서 드러나는 ‘1+1=1’의 원리에 반론을 제기한다. 우리 자신은 이미 하나의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대상과 만나면 다시 1이된다는 것으로, 짝을 만나기 전까지는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는 ‘반쪽이’에 대한 맹목적 집착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해야 하나

사랑과 연애는 대상이나 매뉴얼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기술’에 대한 문제다. 따라서 책 전체는 현 세태에 대한 비판의 시선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단지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쿵푸(공부)’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저자가 주장하는 쿵푸의 시작이 ‘관찰’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외모가 아니라 자신의 몸이 보내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현 시대의 사랑 속에서는 타인을 위해 몸이 존재할 뿐이다. 자신의 몸을 알면, 비로소 상대를 관찰할 수 있다. 관찰은 가장 기본적인 공부의 방법이고, 관찰하는 대상조차 ‘나’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이는 저자가 책에서 줄곧 주장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욕망과 자유와도 이어진다. 저자가 말한 ‘사랑하기 위해 내딛어야 할 한걸음’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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