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인간의 사랑과 성생활을 오직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야기는 신체와 생물학적 목적의 관계다. 저자는 남성이 흔히 가슴과 엉덩이가 크고 허리가 잘록한 모래시계형 몸매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번식에 유리한 배우자를 찾기 때문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성에게 느끼는 호감을 좋은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상대로 인식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성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이유 또한 생물학적 관점으로 설명된다. 대표적인 것은 ‘냄새와 면역체계의 상관관계’다. 셔츠 실험을 살펴볼 때, 여성들은 그저 자신이 끌리는 체취가 나는 남성의 셔츠를 골랐지만 이는 ‘인간백혈구항원’과 관련이 있었다. 이 항원은 암호화하는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체취로 나타난다. 부모의 항원이 서로 유사하면 그들의 자손이 가지는 항원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험 속 여성들은 자신과 다른 종류의 항원을 가진 사람의 셔츠에 끌리게 된 것이다.

유성생식에 숨겨진 비밀
저자는 독자들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진다. 중심이 되는 질문은‘ 인간은 왜 유성생식(섹스)을 하는가?’다. 책 첫머리부터 이 질문이 나오지만, 마지막 챕터에 다다랐는데도 불구하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독자는 ‘작가가 우리를 농락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곧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책전체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즉, 저자는 인간이 어째서 유성 생식을 택하게 됐는지 진화와 유전의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책에 제시된 유성생식의 진화 근거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근거는 유성 생식이 부모가 가진 생존 위협 요소들이 자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막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유전자의 새로운 조합을 통해 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무성생식의 경우 부모의 유전자가 자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므로 이러한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이 준 가장 큰 선물
하지만 저자는 유성생식의 ‘기회비용’에 대해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가장 큰 비용 중 하나는 ‘성병’에 대한 노출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생물질이 유성생식의 행위를 통해 감염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인간이 결코 벗어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진화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책의 끝머리에는 오히려 이것이 자연이 준 ‘위대한 선물’이라고 비유돼있다. 우리가 사랑의 메커니즘을 진화생물학적으로 이해한 뒤 판단한다면 더 즐겁게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진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지만, 오히려 진화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이 시대의 모습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사랑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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