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21일에 열린 임진대첩의 모습이다. 이 날 학생들은 기성회비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등록금 인하를 요구했다(사진=부대신문 DB)
지난 달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생 10명이 제기한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기성회비 전액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학들이 자체 내규에 따라 임의로 징수해왔던 기성회비에 법원이 또 한 번 제재를 가한 것이다.
 
기성회비는 1963년 대학의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기부금형태로 도입됐으나 현재는 등록금에 포함돼 납부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기성회비는 법적으로 근거가 없을 뿐더러, 방만한 회계운영, 등록금 인상 수단 등으로 악용돼 끊임없는 질타를 받아 왔다. 이에 사립대학은 1999년 기성회비를 폐지했지만 국·공립대학은 계속해서 기성회비를 걷고 있으며, 학생들은 ‘기성회비 징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학교 기성회를 상대로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벌이고 있다.
 
기성회비 소송 진행상황
 
기성회비 1차 반환소송은 지난 2010년 11월 15일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과 국공립대학 학생회가 기성회비의 불법성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1월, 애초 학생들이 청구했던 1인당 10만원의 기성회비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기성회비는 법적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이며, 법률상 등록금과 성격·취지가 달라 고등교육법과 규칙·훈령만으로는 학생들에게 납부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성회비 납부는 기성회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며, 회원가입 의사를 표시·승인 한 적이 없는 학생들은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에서 패소한 8개 대학은 판결에 불복, 항소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6일, 1차 소송 항소심에 대한 최종 변론이 열렸다. 이번최종 변론에서는 한대련과 국공립대학 학생회가 항소심에서 승소했으나 이들이 국가에 대해 제기했던 소송은 기각됐다. 또 패소한 대학의 기성회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예정이다. 한대련 박지향 정책선전국장은 “마지막 재판까지 승리해서 기성회비를 학생들이 반환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고심에서도 기성회비가 불법이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전했다. 한편 1차 기성회비 반환 소송 최종판결 선고기일은 오는 11월 7일이다.
 
우리학교 기성회비 어디에 쓰이나

기성회비는 학생들이 내는 전체 등록금의 81.3%를 차지한다. 우리학교의 전체회계는 일반회계와 기성회계 등으로 이뤄지는데 전체회계는 3,815억 8,995만 5,000원이며 이 중 기성회계는 1,183억 3,170만7,000원으로 전체회계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산정 근거’참고). 기성회비 경비는 대부분 인건비와 주요사업비 등에 쓰이는데 주로 △학교 각 부서의 정책사업 △시설물 관리 △단과대학운영 실습비 등에 사용되고 있다. 캠퍼스재정기획과 박성진 씨는 “우리학교의 예산 투입에 있어 기성회계가 일반회계 못지않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회비 폐지 그 후?…국립대재정회계법을 둘러싼 논란
 
기성회비가 폐지 된 이후 교육부는 기성회회계와 일반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는 안을 골자로 하는 국립대재정회계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박성하 사무관은 “교비회계는 기존 기성회계에서 문제시 됐던 투명성이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안”이라며 “교비회계의 경우 재정의 입출내역을 의무적으로 투명하게 공시해야 하며, 교직원과 학부모 등으로 구성되는 재정위원회에서 재정의 쓰임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이런 ‘교비회계 설치’가 보여주기 식 대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 이수연 연구원은 “회계의 편리성이나 대학의 자율성 확대 등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며 “국립대재정회계법에 따르면 국립대학이 사립대학처럼 적립금도 쌓고, 수익사업이나 외부차입 등이 가능하다고 되어있는데 이는 정부가 마땅히 져야할 재정 책임을 국립대학에 떠넘기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대련 박지향 정책선전국장은 “기성회비 폐지 소송은 정부가 학생들에게 떠넘긴 과도한 등록금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며 “하지만 교육부의 대안은 기성회계를 법적으로 폐지하되, 교비회계로 비싼 등록금을 합법화하는 대안”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대재정회계법에 맞서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국립대학지원특별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두 법 모두 기성회비 폐지 이후에 국가가 국립대 재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대안이다. 교육부 박성하 사무관은 이에 대해 “재정교부금법은 세금의 일부를 고등교육 기관에 무조건 나눠준다는 것인데,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으면 예산집행에 있어서 비효율·비도덕적인 집행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일괄적인 교부금 형태의 지원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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