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지난 2010년부터 시 정책차원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착수 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희망마을 만들기, 행복마을 만들기 등이 그 대표적인 예로, 현재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사업들이 진정으로 지역 주민에게 ‘희망’과‘ 행복’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부산광역시청 기획과 태윤재 씨는 “기존에 재개발, 재건축으로 도시를 개발하던 것과 달리 주민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마을을 만드는 방향으로 도시 재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마을 만들기 사업을 소개했다. 이처럼 마을 만들기 사업은 주민의 참여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강제적 참여만 있을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주민 ㄱ씨는 “마을에 어떤 것이 설치되고,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지 마을 주민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주민협의회 구성원 몇 명 과 구청에서만 알고 마을주민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고 말했다. 감천문화마을에 대한 마을주민의 참여 정도를 알기 위해 사하구청에 문의했지만, 사하구청 관계자는 감천문화마을의 주민이 몇 명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마을에 있으신 분들이 연세가 많고, 마을 일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주민 대다수의 동의를 구하고 마을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구성 주체와 관련한 문제뿐만 아니라 방법적인 면에서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구의 닥밭골 마을은 산복도로 주변에 위치한 탓에 재개발이 불가능하여 1970년대 모습으로 정체되어 있던 곳이다. 마을에 빈집이 늘고 이에 따라 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지자, 닥밭골 주민자치위원들은 사람들이 찾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마을을 벽화마을로 변신시켰다. 서구청 창조도시전략반 윤성욱 씨는 왜 하필 벽화마을이라는 형태로 도시재생 사업을 시행하느냐는 질문에 “예산이 적은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마을에 관한 관심을 크게 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태윤재 씨는“ 마을 만들기 사업 중에서 마을의 환경 개선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공공 미술을 접목하는 경우가 많다” 며 “특히 벽화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가시적인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을 만들기 사업 방안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까닭에서 ‘벽화’ 사업이 선호되고 있는 실태이다.

홍현철은 <마을미술프로젝트 분석을 통한 관주도형 공공미술의 비판적 찰>에서 을미술프로젝트와 연관된 공공미술사업이 ‘참여’와 ‘소통’을 토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대부분 그저 단발적인 이벤트에 그치고 만다고 봤다. 또한, 지역이나 마을별로 뚜렷한 차별성 없이 획일화된 모습이 마치 “미술 분야의 새마을 운동”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며 마을미술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마을의 재생이라는 미명하에 실제로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주민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는 점에서 주객이 전도된 감이 있다. 새롭게 바뀐 마을에서 정작 마을 주민이 소외되고 외부인이 우선시되는 상황은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감천문화마을 주민 ㄴ씨는 마을을 찾는 외부인들 탓에 자신이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며 속상함을 표했다. 매축지에 사는 ㄷ씨 역시 “구경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동네가 어수선하고, 구경꾼들의 시선에 왠지 모르게 창피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오선영 씨의 소설 <해바라기벽>은 바로 이러한 모순을 폭로하고 있다. “니들이 뭔데, 남의 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라고 말하는 소설 속 목소리는 주민들이 원치도 않는데 그려진 벽화가 과연 누구를 위하여 그려진 것인가 고민하게 한다. 소설은 ‘나’가 벽화에 똥물을 들이붓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이는 마을 주민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만들어진 벽화마을에 대한 일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 만들기 사업이 마을과 평생을 함께 한 거주민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에야 비로소 지역성을 살리고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겠다는 부산시의 야심만만한 계획들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