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처음 들어오면 등록금 고지서에 여지없이 찍혀 나오는 학생회비. 과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돈이지만, 매번 불투명성과 강제성이 지적받기도 한다. 여느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중대신문>도 이러한 학생회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중대신문 제1789호, 2013년 4월 1일 자) <중대신문> 김성호 편집국장에게 학생회비의 문제와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최근 중앙대에선 예술대학 공예학과의 학생회비 납부방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에 공예학과의 학생회비가 지나치게 높고, 납부하는 방법도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꼬집었기 때문이다. 이후 공예학과를 비판하는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자 해당 학과의 교수들과 학생회는 학생회비 수납과 관련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일축했다.

학생회비로 49만 원. 비상식적인 금액이었다. 애초 학생회비 문제가 발생해도 사용내역에 관한 투명성 여부와 관련한 부분일 것 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곪아 터진 부분은 학생회비의 액수, 그 자체였다. 학생들은 그간 곪아왔던 금액의 적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수납방식과 집행내역의 합리성과 투명성은 자연스럽게 패키지로 묶였다. 패키지의 사은품으론 마치 군대와 흡사한 학생회비 문화가 달려왔다. 선배와 후배 간 의 수직적 문화는 자연스럽게 새내기들의 지갑을 열었다.

비판 여론의 시선은 공예학과로 쏠렸지만 이는 비단 특정학과의 문제로 한정 짓긴 어려웠다. 중앙대 내 전체 학과를 대상으로 학생회비 금액과 수납 방식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학과 단위에서 학생회비의 적정성, 수납방식과 집행내역이 합리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생을 대상으로 4년 치를 한 번에 일괄 징수하는 방식은 모두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새내기들은 학생회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납부하고 있었다. 학과 선배가 내라고 하니까, 동기들이 다들 낸다고 하니까, 이런 이유가 새내기들을 부추겼다.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 일괄 징수에 대해 학생회 측은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고 일관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생회의 구성원에게 전적으로 화살을 돌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운 건 현실적으로 맞는 소리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내일 학생회 사업을 진행하려면 목돈을 수중에 쥐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괄 징수를 포기하는 순간 학생회비로 납부되는 액수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 다. 결국 총액이 문제인 것이다. 풋풋했던 새내기도 고학년이 될수록 취업 경쟁에 떠밀려 학과생활과 자연스레 멀어진다. 이 때문에 학생회비를 수납할 유인동기가 사라지고 학생회비 총액이 줄어드는 것은 시간문제 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회의 몫이다. 새내기 일괄 징수 방식보다 매년 학과 구성원에게 일정액을 징수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라는 것엔 누구나 동의한다. 합리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일괄 징수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관행의 힘은 무서웠다. 이전부터 선배들이 차려놨던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으면 되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다. 과거 수십 년 전통을 자랑하는 예술대의 ‘술 문화’와 ‘학과 점퍼 3번 맞추기’ 등 각종 악습이 오늘 공예학과의 49만 원이란 학생회비를 만들었다. 학과 내 존재하는 독자적인 문화들은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대물림됐다. 선배들이 해왔던 각종 관행은 후배들에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들에게 49만 원은 지극히 상식적인 액수였고, 새내기에겐 당연한 것으로 강요하고 있었다.

어렵더라도 당연한 것에 질문할 때가 왔다. 각 학과마다 관행처럼 굳어진 학생회비 수납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그들 말처럼 단기간에 바꾸긴 어렵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도 전환기에 맞이하는 부족한 액수는 학생회의 더 적극적인 참여 독려로 메우면 된다. 부족한 학생회비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홍보할 것 아닌가.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잊지 말자. 관행이 계속되면 규정인 줄 안다. 대학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 우리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