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님을 태우려다 지친 택시 기사들은 정류장에 모여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린다

지난달 MBC 예능방송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이 하루 동안 택시기사를 체험해 화제가 됐다. 10시간 동안 가장 돈을 많이 번 박명수마저 사납금 10만 원을 다 채우지 못하면서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루를 꼬박 일해도 추가로 돈을 벌기는커녕, 사납금을 채우기도 빠듯한 것이 택시업계의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부산지역 택시조합과 택시노동조합이 택시요금 인상분에 대한 사납금을 6:4 비율로 합의하는 동시에 임금을 동결해 논란이 되고 있다. 택시 기사들의 복지 개선을 명분으로 인상한 택시 요금을 사납금 인상에 사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현정길 정책위원장은“ 사납금을 인상하여 택시 회사의 배는 불리고 있지만 과연 근로자도 근로조건이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택시 회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택시 기사에게 사납금 9만원 중 LPG 지원비 3만 원, 보험료 만원, 하루 치 임금 3만 원, 각종 보험료 2만 원을 제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광역시택시운송사업조합 양원석 기획과장은 “이번 사납금 인상은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에 근거했기 때문에 단순히 더 많은 이득을 올릴 목적으로 사납금을 올린 것은 아니다”며“ 택시노동조합도 어려움을 공감해 이번 협상 결과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답답한 것은 택시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20여 년째 택시를 운전하는 박성도(온천동, 62) 기사는 “물가랑 사납금은 오르는데, 임금과 수입은 매년 떨어진다”며 “택시 회사의 어려운 처지도 알기에 강력히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택시 업계 자체의 침체가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이다.

실제로 부산시는 지난해 택시 총량제 산정 결과, 전체 2만 5,060대(법인 99개사 1만 1,083대, 개인 1만 3,977대) 중 초과 대수는 1,425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성도 기사는 “택시수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10여 년 전부터 지자체에서 남발한 택시 면허 때문에 택시의 공급이 너무나도 늘었다는 것이다. 박성도 기사는 “10년 전만 해도 못해도 월 150만 원은 벌었는데 요즘은 10시간 이상은 일해야 겨우 채운다”며 “하루 손님을 20여 명도 못 태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택시 업자들은 택시업의 전체적인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한 차량 감차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최종열(거제동, 54) 기사는 “누구나 2~3년만 법인택시를 운전하면 개인택시 면허를 살 수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전체 택시 중 10% 이상은 줄어들어야 숨통이 트일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택시법에 대해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며 택시 감차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양효열 조직실장은 “감차, 공동차고제, 차종의 다양화, LPG 유가의 안정화 등 십수 년 전부터 요구해왔던 것이 담긴 것이 바로 택시법”이라며 “감차를 위해서라도 택시법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조규석 연구위원은 “택시 감차를 위해서는 정부의 실천의지와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며 “법안의 구체성과 당위성을 보충해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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