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고은, <1인용 식탁>

 

 대학교 1학년 때였다. 타지역으로 대학을 간 고교동창이 전화를 했다. 수화기 건너 그녀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나 어른이 된 거 같아.” 어른이 됐다고? 이제 갓 스무 살의 문턱을 넘은 대학교 1학년에게 ‘어른’이 되었다는 친구의 고백은 오로지 하나의 방향으로만 귀결되었다. “혼자 국밥집에 가서 국밥 먹었어.”

친구의 말에 걱정과 기대를 동반하고 있던 질문들을 삼켜야 했다. 어른이 되었다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명확하게 알았기 때문이다.

윤고은의 <1인용 식탁>을 읽고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소설 속 주인공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어느 날부터 그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혼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혼자 먹는 밥에 익숙지 않았던 주인공은 KFC, 던킨도너츠 등에서 끼니를 해결하다, 급기야 혼자‘ 밥’ 먹는 법을 가르쳐 주는 ‘학원’에 등록하게 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붐비는 점심시간에 홀로 음식점에 들어가 ‘밥’을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5단계로 이루어진 수업은 분식집, 중국집, 결혼식,

고깃집, 횟집 등에서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복습과 자습은 점심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해서 스스로 해야 한다.

이제 주인공은 점심시간에 고깃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떳떳하게 ‘혼자’ 앉아서 삼겹살을 주문한다. 이건 학원 수업의 연장이니, 어색할 필요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다. 모의토익은 공인시험처럼, 공인토익은 모의고사처럼 치라는 유명강사의 말처럼 주인공은 부담 없이 삼겹살 2인분과 소주 1병을 시킬 수 있다.

홀로 국밥을 먹은 후 어른이 되었다는 친구의 말처럼 소설 속 주인공은 이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왜 홀로 밥 먹는 일에 이다지도 익숙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비단 ‘밥’ 먹는 일에 국한되는 것일까? 소설 속 인물에게 하나씩 물어본다, 5단계를 마스터한 인물은 학원에 재등록한다. 모의고사가 없어지고, 실전만 남은 현실을 그는 수용치 못했다. 다시 홀로 밥을 먹고, 타인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보다 홀로 남겨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금정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는다. 홀로 밥을 먹는 이들은 창가에 마련된 식탁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밥을 먹는다. 그들은 무언가에 쫓기듯 허겁지겁 밥을 입안에 디밀어 넣는다. 창가에 앉지 않은 이들은 한 손엔 숟가락을, 다른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짝을 지어 밥을 먹는 이에게선 볼 수 없는 조급함과 어색함이 그들에게선 보인다.

홀로 먹는 밥을 즐기게 될 때 고교동창은 어른이 되었다고 했다. 무언가를 혼자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아이는 어른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학원까지 등록해서 밥 먹는 법을 배워야만 어른이 되는 것인지. 어른은 ‘같이’가 아니라 ‘홀로’가 주체가 되었을 때만 되는 것인지, 홀로 밥을 먹는 이에게 가서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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