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식에 분자미식학을 도입한‘ 오이 캐비어 무침’의 모습이다(취재원 제공)

‘에어초콜릿’을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맛이 입 안 가득 맴돈다. 작은 공기 기포들을 초콜릿 안에 넣어 초콜릿의 부드러운 질감을 극대화 시켰기 때문이다. 에어초콜릿은 평범한 초콜릿에‘ 기포’를 주입하는 방법을 통해 더‘ 맛있는’ 초콜릿으로 재탄생했다. 이런 초콜릿의 변신 뒤에는 분자미식학이 있다. ‘분자미식학’은 학생들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오영민 (나노소재공 2)씨는 “분자미식학이 어떤 내용의 학문인지 감이 안 온다” 며 “법학이라면 법을 공부하고 생물학이라면 생물을 공부하는 데 분자미식학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학자마다 ‘분자미식학’에 대해 내리는 정의가 다르지만, 한 문장으로 ‘맛있음을 찾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표현할 수 있다. ‘분자요리’의 기본은 재료가 가진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 형태를 자유자재로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것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분자미식학’은 요리의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화학적 반응을 알고 과학적 부분을 접목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조리과정의 구조를 철저히 해체·분석하고, 조리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 정장호(세종대 외식경영) 교수는 “실험기술을 요리에 응용했다는 관점에서 에어초콜릿도 분자미식학의 범위에 포함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분자미식학 요리로는 ‘캐비어’가 있다. 캐비어는 알긴산과 칼슘이 만나 젤리화 되는 반응을 이용한 요리다. 사과나 망고, 나아가 오이 등의 과즙까지 이런 반응을 통해 구슬모양의 젤로 만든다. 이를 ‘구체화(spherical) 기법’이라고 한다. <분자요리의 첫걸음>의 저자 김기호 셰프는 이를 응용해 오이 캐비어 무침이라는 새로운 요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캐비어의 질감 등도 요리사의 의도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 김기호 셰프는 “알긴산이 수화된 과즙을 칼슘용액에 담그는 시간에 따라 질감이 달라진다”며 “바로 꺼내면 겉은 젤리, 속은 완전한 액체가 되며 하루정도 두면 탱탱볼처럼 속까지 탱탱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법에는 거품추출법, 탄산화 기법 등이 있다. 거품추출법은 말그대로 가벼운 질감의 거품을 만드는 것인데, 액체를 사이펀에 넣고 질소를 이용해 거품을 만든다. 또 거품의 안정을 위해 유화제를 이용한다. 김기호 셰프는 “액체를 액체질소 상에 집어넣으면 순식간에 얼어서 단단한 아이스막이 생기고 속은 액체질감이 살아있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거품 추출법은 주로 특정 음식의 데코레이션으로 이용된다. 탄산화 기법의 경우 이산화탄소, 드라이아이스를이용해서 탄산소다, 탄산 과일 등을 만든다.

전문가들은 분자미식학이 기존 음식과 요리의 구조를 완전히 붕괴하거나 전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새로운 발판을 통해 맛의 본질을 찾아가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분자미식학의 이해>의 저자 노순배 씨는 “기존요리에 과학적 요소를 첨가함으로써 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며 “전통음식에 분자미식학을 적용해 몇 가지의 기법을 응용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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