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에 개봉한 ‘오즈의 마법사’ 삽입곡 ‘딩동! 마녀가 죽었다(Ding-Dong! the Witch is Dead)’는 지난 11일 영국 음원차트 4위에 올랐다. 이는 영국의 전 총리 마가렛 대처의 사망을 ‘축하’하기 위해 그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운동가들이 벌인 일이다. 반면 공식 추모 행렬에는 138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이는 영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총리인 처칠에 맞먹는 규모다. 이처럼 대처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대처는 집권 당시 과도한 복지제도가 노동 의욕을 감퇴시킨다는 판단 아래 복지예산과 노동쟁의를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추구한 신자유주의 기조는 ‘대처리즘’으로 불리기도 했다. ‘마녀’는 죽었지만, 신자유주의는 심화되고 있다.

대처가 시도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불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 있었다. 이 바람은 대한민국의 중소도시 진주도 휩쓸었다. 진주의료원은 서부 경남지역의 유일한 지방의료원인데, 매해 40~5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주장했고, 폐업 조례안은 지난 13일 통과됐다. 얼마 전 진주에 계신 할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늘 그렇듯이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만, 이번 통화는 좀 달랐다. 할머니는 진주의료원 얘기를 하시며 “내야 너희 엄마 아빠가 있다지만, 아무도 없는 사람들은 우짜노. 어디 갈데도 없고. 돈 없고 아픈 사람은 이제 우짜란 말이고” 이 말을 듣자 <오래된 미래>의 라다크 마을 주민들이 떠올랐다. 순박한 마을주민들은 ‘세계화’나 ‘신자유주의’에 대해 잘 몰랐지만 신자유주의가 라다크에 스며듦에 따라 서로 싸우고, 끊임없이 물질을 탐하게 됐다. 지금은 지구촌 어느 곳도 신자유주의를 피해갈 수는 없다.

진주의료원의 누적 적자는 279억 원이다. 279억과 진주의료원을 이용하는 도민들의 편익 사이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정확하게 저울질하기는 힘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논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현재 전국 34개의 지역의료원 대다수가 적잖은 적자를 내고 있고,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2011년 기준으로 7곳뿐이다. 지방의료원은 국가의 의료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행한다. 또,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민간에서 하기 힘든 가정 방문 진료를 하고, 행려 환자도 치료한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수익성을 추구한다면 그 자체가 모순이다. 진주의료원을 지키기 위해 보건의료 노조와 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생명 버스’는 단식을 감행하며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라다크와 진주에서 일어난 일에 주목해야 한다. 비단 이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와 같은 사태를 묵인한다면 제 2의 진주, 라다크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민간의료 부담률은 90%에 달한다. 정부는 10%만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OECD 국가들의 공공의료 부담률은 2009년 기준으로 35.6%였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국가 차원에서 공공의료를 보장하라는 요구는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대처 전 총리를 꼽았다. 대처는 공약으로 신자유주의를 통한 개혁을 내걸었고, 당선된 이후 이를 철저히 시행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뢰와 원칙을 내세웠고,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처를 비난하는 이들도 대처의 신조만은 높게 사기도 한다. 박 대통령이 ‘마녀’로 기억될지 아닐지는 대처로부터 어떤 것을 배우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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