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식’열풍이 거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이는 1일 1식 관련 기사는 잠들어 있던 우리의 다이어트세포에 불을 지핀다. 최근 화제가 된 1일1식은 나구모 요시노리(南雲義則) 박사의 주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아침·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저녁식사를 한 뒤 곧바로 잠이 드는 것이 원칙이며 설탕과 소금, 카페인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1일 1식의 효과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1일 1식의 주요내용을 쟁점별로 분석했다.

1일 1식과 ‘생명력 유전자’는 무슨 관련?

요시노리 박사가 <1일 1식>에서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생명력 유전자(시르투인 유전자)’의 발동이다. ‘기아 유전자’, ‘면역 유전자’등을 통칭하는 생명력 유전자는 인류가 위기를 뛰어넘으면서 획득해온 유전자다. 요시노리 박사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이 생명력 유전자가 발동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그는 “생명력을 담당하는 이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기 위한 조건은 공복이고, 공복 상태가 아니면 이 유전자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전문가들은 ‘생명력유전자’와 관련된 내용은 확실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김진목 교수는 “10여 년 전 생명력유전자의 존재를 주장하는 논문이 발표됐으나 최근 저자가 그 사실을 번복해 사실상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리셋의원 비만클리닉 박용우 원장은 “생명력 유전자는 1일 1식을 하지 않더라도, 소식이나 운동을 하고 항산화 물질만 섭취해도 활성화된다”며 “득보다 실이 많으므로 생명력 유전자를 위해 굳이 1일 1식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일1식으로 장수 할 수 있을까?

오늘날 과식을 일삼기 일쑤인 일반인들의 몸속에는 내장지방이 축적되므로, 연소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때 발생하는 그을음은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인데, 이는 신체내부를 공격하는 ‘나쁜 면역물질’로, 혈관 내피세포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요시노리 박사는 “1일 1식을 통해 식사횟수를 줄임으로써 내장지방도 줄여 심장·혈관 질환을 막고 장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임재택(유아교육) 교수는 “현재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이 합성화학 물질”이라며 “단식을 통해 이러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차단하고, 이미 쌓인 독소는 배출 할 수있어 건강에 매우 좋다”고 말했다.

반면 <1일 5식 다이어트>의 저자 남호진 원장은 “장수하는 소식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장수하는 소식은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으면 서양을 줄인 소식”이라며 “1일 1식을 하면 하루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한꺼번에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과식하게 되고, 오히려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가 과다 분비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식욕억제호르몬’과 다이어트

그렇다면 1일 1식은 다이어트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일까? 요시노리 박사는 1일 1식을 호르몬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했다. 그는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은 배가 부를수록 더 많이 분비돼 식욕을 억제하지만, 비만이 장기간에 이르면 신경이 마비돼 억제 효과가 떨어진다”며 “1일1식을 할 경우 조금만 먹어도 렙틴의 작용이 활발해져 식욕이 억제되고 한 끼 식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렙틴에 대한 전문의들의 의견은 이와 차이가 있었다. 배고픔을 참으면 렙틴수용체가 민감해지긴 하지만 지나치게 굶을 경우 ‘렙틴저항성’이 생겨 오히려 비만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용우 원장은 “지나치게 굶어 렙틴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강해지면 렙틴은 실제로 적게 분비되고, 이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인 우리 몸은 식욕을 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식, 폭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비만인 사람들은 지방이 넘쳐나지만, 몸은 지방이 부족하다고 착각하는 상태다. 이러한 사람들이 굶을 경우 지방을 더내놓지 않으려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므로, 비만일수록 조금씩 나눠서 여러 번 먹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α의 효과도 있지만 개인 체질 따져봐야

요시노리 박사는 1일 1식을 했을 때 암 발생률이 크게 낮아지며, 혈중 콜레스테롤감소로 체취와 여드름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1일 1식이 과거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위기상황을 견디며 살아왔던 때의 건강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사료를 살펴보면 통일신라시대 이후 우리조상들은 많은 양의 밥을 여러 번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즉, 1일 1식을 주장하는 이들의 말처럼 소식과 절식이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남평 윤 씨 가문이 작성한 <족계용하기>에 따르면 조선시대 성인 남자는 하루에 세끼를 먹었으며, 한 끼에 7홉(현재의 2.1홉)을 먹었다. 7홉은 오늘날 밥 한 공기에 해당되는 160cc의 3배에 육박한다. 또한 한의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1일 1식은 체질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식사법이다. 다나한의원 김경애 원장은 “소음인과 같이 체질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가진 사람의 경우 너무 오래 공복을 유지하면 위장기능이 저하돼 위험하다”며 “에너지 불충분으로 몸의 중심인 ‘중초(비장과 위장이 있는 부위)’가 무너지면 몸 전체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일 1식을 단지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요시노리 박사는 건강을 위한 효과적인 1일 1식 방법으로 △공복 유지 △완전식품섭취 △수면시간 엄수를 내세웠다. 채소와 생선은 통째로 먹고, 곡물은 도정하지 않고 먹어야 하며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수면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 끼를 먹는 것만 지키고 주의사항을 엄수하지 않으면 요시노리 박사가 의도한 건강한 1일 1식이 이뤄질 수 없다. 자신의 체질을 살피고, 환경에 맞게 서서히 식사습관을 바꿔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명한 1일 1식,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 시중에는 식사 횟수 및 식생활 습관과 관련된 다양한 도서가 출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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