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예술 포럼 현장,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고충과 그 대안을 이야기 했다

대안문화, 거리예술축제제로 페스티벌이 끝났다. 지난 11일 제로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생활기획공간 통에서 ‘즐겁게 거리에서 노는 법’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부산 내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가해 제로페스티벌이 축제를 넘어 ‘삶’으로 파고들기 위한 방안과 거리예술인이 살아남는 법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또한 12일에는 ‘공공예술의 사회적 가치’라는 주제로 ‘인문학교 섬’ 김동규 대표의 강의가 있었다. 두 논의의 결론은 ‘소통이 필요하다’였다.

자본에 휩쓸린 거리
포럼에서 많은 아티스트들이 거리예술을 지속하는데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주변상권과의 마찰과 관공서와의 갈등이었다. 우리학교 앞에서 열린 제로페스티벌의 진행과정에서 알 수 있듯, 거리에서 축제 혹은 공연을 진행하려면 주변 상권과의 마찰을 해결해야 한다. 제로페스티벌을 주최한 재미난 복수는 업주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재미난 복수 김건우 대표는 “서양처럼 ‘광장’문화가 아닌 이상 예술인들은 저잣거리, 즉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거리가 효율성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탓에 ‘사람’이 있는 거리도 드물 뿐 더러 있는 거리에서도 예술인들이 쫓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의 자유롭게 놀 수 있던 ‘대학로’가 사라져가는 데에 학생들이 분노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활발한 거리예술을 위해서는 행정절차개편이 시급
관공서와도 문제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거리공연을 신고제로 운영하는데, 이 절차가 복잡하고 허가를 잘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들과의 소통 부족 역시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부산자연예술인협회 성백 대표 역시 “허가를 받고 공연을 하는 것보다 그냥 공연을 진행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거리예술페스타 배은희 기획자는 “거리예술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행정 절차로 인해 관과 예술가들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 내부의 성찰과 고민도 필요해
부산 노리단 이일록 대표는 “예술가와 기획자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거리예술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리의 특징을 이해하고 실내 공연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닌 하나의 ‘장르’가돼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에게 외면 받으며 도태될 수밖에 없다. 또 한성백 대표는 “우리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리예술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예술가 스스로의 성찰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예술이 이뤄지는 장소와 관계가 있어야 한다 
다음날 있었던 공공예술에 대한 강의에서도 역시 ‘소통’이 부각됐다. 김동규 대표는 “공공예술은 지역민의 삶과 직접 관계가 있는 쟁점에 대해 다뤄야한다”고 말했다. 문화가 있는 곳, 지역의 사람들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결과물에 관객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낸다면, 과감하게 철수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생겼고, 우리학교의 명물로도 자리 잡았던 온천천의 그래피티처럼 사라져서는 안된다. 공공예술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던 그래피티는 하천 재개발 공사로 인해 사라졌다. 김동규 대표는“관 주도의 공공예술을 의미하는관공미술은전시행정적성격을많이띤다”며 “소통을 통해 공공성을 창출하는 것이 공공예술의 가치”라고 말했다. 다행히 장전동의 공공예술은 이번 제로페스티벌을 기점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학교 외벽, 장성시장, 시밭골등지의 그래피티와 드로잉이 그것이다.
 
예술가도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다
김동규 대표는 “공공미술 속 작가는 권위적이고 천재적인 사람이 아니다”라며 “관객의 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는 이들이 공공예술 작가”라고 설명한다. 관객이 공공장소에 설치된 자신의 작품을 싫어한다면, 과감하게 작품을 철거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스카웨이커스의 멤버 이광혁 씨 역시 “아티스트들이 갖고 있는 엘리트주의를 버려야한다”고 주장했다.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식은 관객과 예술가들 사이에 벽을 만든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관객도, 아티스트들도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김동규 대표는“현대 사회에서는 문화의 생산자와 수용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제로 페스티벌이 축제를 넘어 삶에 파고들기 위해서는 지역민과 예술인들 사이에 간극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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