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해외에 나가 본 것은 고2 때, 학교에서 떠난 일본으로의 수학여행이었다. 수학여행에서 필자는 가볍게, 아주 가볍게만 일본의 문화, 분위기 등을 맛봤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알아보고 갔으면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에 많이 들떠있었지만 여행의 기분을 흠뻑 만끽하기에는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여행을 통해 이전에는 ‘해외’로 나가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던 필자가,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물론 고등학생 시절의 필자로서는 관심만 가졌을 뿐 어떻게 해볼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만 하던 와중에 필자는 대학생이 되었고, 기회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캐나다에 계신 작은아버지 댁에 한 달 간 머무르게 된 것이다. 캐나다에서의 한 달은 잠깐 다녀왔던 일본여행과는 사뭇 달랐다. 캐나다 사람들의 생각, 분위기, 사회제도 등을 나도 모르는 새 흡수했고, 흔히 말하는 ‘눈이 트이는’ 경험을 했다. 가장 큰 충격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처럼 일을 하느라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다는 것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저녁 먹을 시간만되면 모두 퇴근했고, 가게들은 모두 6~7시에 문을 닫았다. 일과가 끝나면 사람들은 골프나 낚시를 하러 갔다. 필자는 한 달간 우리사회에 가졌던 어떤 고정관념들이 부숴지는 경험을 했다.

캐나다에서 귀국 하는 비행기에서 결심했다. 언젠가 다음 해외여행을, 그때는 내가 계획해서 진짜 멋진 여행을 하기로. 그렇게 결심한지 3년. 군을 전역하고 열심히 번 돈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국가, 도시, 호텔, 관광루트 등 모든 것을 필자가 고민하고 선택하여 떠나는 여행인 만큼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다. 준비는 물론 쉽지 않았다. 여행 종류만 해도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첫 배낭여행이라 혼자 모든 것을 준비하는 여행은 조금 겁이 나, 가이드 여행과 배낭여행의 중간 지점인 ‘단체 배낭여행’을 하게 됐다. 국가 간 이동만 가이드가 도와주며 현지에서 여행은 본인이 일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렇게 일정과 코스를 선택해 22박 24일으로 9개국 투어를 시작했다.

식당, 술집, 기차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만남은 독일 뮌헨의 맥주집에서 독일 20대 남자 두 명과의 만남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일행과 합석해서 추천메뉴와 술을 사주면서 추천여행지를 알려주었다. 이들을 포함해서 유럽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이 여행을 더욱 즐겁고 풍성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말을 걸어오는 집시나 소매치기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기도 했다. 집시들은 갖은 수를 써서 여행자들의 돈을 빼앗아갔다. 그린피스 단체라면서 싸인을 부탁한 뒤 돈을 받는다던지, 가면분장을 하고는 사진을 같이 찍어주면서 강제로 팁을 받는다던지 하는 일이 잦아 일행이 한번씩 집시에게 ‘알면서도’ 당하기도 했다.

유럽여행에서 위험한 상황도 많았고, 뜻밖에 손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두려워 하지만 말고, 자꾸 미루지만 말고, 해외로 나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글에서 미처 얘기하지 다하지 못한 얘기는, 직접 해외로 나가서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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