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이별한 이유

커피 없이 살기로 한 첫날, 기자는 무심코 자주 들르던 카페에 들어갔다. 항상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는 찰나,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절망적인 표정으로 메뉴판에서 커피가 들어가지 않는 음료를 찾다가 그냥 나와 버렸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깊은 생각 없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커피도 이에 포함된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직장인 7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커피를 마시는 이유 1위가 ‘습관’이었다. 반드시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상 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절제하지 않고 소비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기준 총 123,029톤의 원두와 14,110톤의 가공커피를 수입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커피를 많이 소비한다. 커피 원두 하나 나지 않는 나라에서 많은 커피를 소비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이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무관심하다.
 
<커피의 정치학>의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 커피는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소작농에게서 재배된다. 그 사람들은 최악의 노동조건 속에서 최소한의 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한다.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아무생각 없이 소비하는 사람들. 이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5일간 커피 없이 살기로 했다.
 
두 얼굴의 커피
 
커피를 끊은 후 부작용은 금방 드러났다. 기자는 자주 두통에 시달렸다. 두통이 찾아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셨고, 그러고 나면 통증이 조금 줄어드는 듯했다. 체험 중에도 역시 머리가 아팠고, 커피를 못 마시니 그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느티나무 한의원 김정희 원장은 “일정량의 커피는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두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지나치게 많이 마시지 않는다면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작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루에 3~4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기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또한, 소화 불량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런데 커피를 끊으니 이런 증상이 줄어들었다. <유태종 박사의 건강 장수법>의 저자에 따르면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 할 경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인 심계항진 △저혈압 △야뇨증 △메스꺼움 △현기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식약처는 카페인 최대 일일 섭취권고량이 성인 기준 400mg 이하이므로 1회 제공량 당 약 112mg의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4잔 이상 마시지 않기를 권고했다.
 
커피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커피뿐 셋째 날에는 커피를 대체할 음료를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 결과, 녹차와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장 녹차 티백을 우려내어 마셨는데, 효과는 미미했다. 녹차를 통해서는 커피를 마셨을 때 나타나는 각성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는 각성 효과를 유발하는 카페인의 함유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두커피 한 잔에는 약 112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는 반면, 녹차 1 티백에는 15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커피를 끊기는 쉽지 않았다. 카페에 가서는 커피가 안 들어가는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야 했고, 초콜릿을 먹거나 우유를 마실 때도 커피의 함유 여부를 알아봐야 했다.
 
이왕이면 공정무역 커피!
 
커피를 멀리하고 사는 동안, 그리움을 극복하고자 커피에 대해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공정무역 커피에 대해 알게 됐다. 공정무역 커피는 단순히 현지의 생산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공정무역 커피는 생산자들에게는 최저 가격을, 인부들에게는 공정한 임금을, 지역사회에는 사회발전 프리미엄을 보장한다. 또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산기법을 사용하고, 안전하고 노동력 착취 없는 노동환경을 유지한다. 공정무역 커피 카페인 ‘구름나무 커피’의 박재범 대표는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인간적인 삶을 영위 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