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납품 비리사태와 잇따른 원전 가동 중단 사태로 인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 규제 체제 확립을, 시민단체는 노후 원전 폐쇄와 재생 에너지로의 대체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원전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한 종합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원전 공기업 부장급 이상 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협력업체 취업 금지 △부품구매계획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사전 감독 등의 내용이 담긴 개선대책 일부를 발표했다. 원전 공기업과 협력업체의 유착관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다.

 

 

원전 안전 대책, 강력한 규제와 안전기준 강화 필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비리 근절과 더불어 원전 안전기준 강화와 비상시방재계획 마련 및 체계적 훈련을 요구하고 있다. 황일순(서울대 원자핵공학)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 안전규제 완화 조치와 전력 산업 경쟁을 도입한 것이 산업 품질 문제의 근원”이라며 “정부가 경제성을 올리라고 압박하는 동시에 안전 브레이크를 푼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전 비리를 막으려면 안전에 대한 규제체제를 확고히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손지은 씨는 “그동안 있었던 많은 원전 문제와 원안위의 대응을 봤을 때, 더욱 강한 규제와 안전을 중심에 둔 운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방재계획 수립을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방사능 방재계획이란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누출됐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및 조치를 이른다. 비상계획구역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상계획 구역은 8~10km로, 미국 80km, 독일 25km 등 외국의 비상계획구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손지은 씨는“ 8~10km는 매우 협소한 거리이며 현행 제도로 시행돼야 할 훈련이나 갖춰져야 할 약품, 장소도 부족한 실정” 이라며“ 이러한 곳에 대피한다 하더라도 원전사고 피해와 방사능 피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단계적 탈핵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정부는 지난 2월, 2025~2027년 사이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것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고 밝혔다.하지만 오는 2024년까지 건설예정인 11개 원전 건설은 계속 진행할 것이며 원전 확정 설비에 대해 2013년부터 2027년까지 총 279,416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2027)>에서 에너지원별 발전량 규모 및 비중을 살펴보면 원자력은 29.6%를 차지한 데 반해 신재생에너지는 2.3%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에너지 효율성 증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원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지은씨는“ 당장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며“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은 폐쇄하되 신규 원전 건설 대신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들은 원전에서 신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한 사례로 독일을 지목했다. 원자력이 총 전력생산량의 22.6%를 차지(2009년 기준)하고 있던 독일은 원자력법 개정을 통해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단계적으로 17개의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로 늘릴 계획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벨기에 등의 국가 또한 원전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의 탈핵 시도도 눈에 띈다. 서울특별시는 지난 2012년 4월 원전 하나 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건물 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에너지 분야 녹색 일자리 창출 등 6가지 정책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그린피스 서형림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에너지 효율성을 증대하고 에너지 전환 효율성을 향상시킨다면 2030년까지 원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일순 교수는 “97%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형편을 무시할 수 없다”며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기준으로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며, 안정적인 안전규제체제를 확립한 후에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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