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원 성폭행 사건이 조금씩 수습되고 있다.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이 많지만 CCTV를 확충하고 도어락을 설치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이 계속해서 이행되고 있다. 사후약방문식 대책이지만 안전한 생활원을 위해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극적인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번 사건에서 얻어야 하는 교훈은 무엇일까.

우선 사건의 원인을 정확하고 냉철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흉악한 가해자가 우발적으로 벌인 범죄가 아니다. 술에 취해 음료수가 마시고 싶어 자판기를 찾다 생활원에 들어왔다는 범인의 진술은 분노를 일으키지만, 이보다 더한 것은 허술한 출입 통제에서 느끼는 허무함이다. 생활원의 취약한 방범과 경비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특히 여학생이 거주하는 자유관은 유동인구가 많고 북문에 맞닿아 있어 외부인이 자주 드나들었다. 수시로 드나드는 외부인을 경비는 물론이고 누구도 제대로 제지하지 않았다. 생활원 안팎으로 버젓이 드나들던 외부인을 그저 바라만보던 생활원의 모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이번 사건은 범죄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조건들이 축적되어 나타난 상징적인 사건이다.

두 번째는 초기 대처의 중요성과 대응 지침 마련이다. 본지를 비롯한 언론의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원 측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기회와 조기에 검거할 수 있는 기회 모두 놓쳤다. 처음 범인과 맞닥뜨린 학생의 신고에 당황한 경비원과 조교가 순찰을 돈 것이 전부였다. 허술한 순찰이 끝난 후 범인은 범행을 저질렀고 아무런 제지없이 뒷문을 통해 생활원을 빠져 나갔다. 외부의 침입자가 생활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당연했다. 사전에 비상 상황에 대비한 대처 요령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한 대목이다.

세 번째는 학생이 납득할 만한 대책 마련과 진정성 있는 태도다. 학생들이 이번 사건 이후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 것은 대학본부와 생활원의 안일한 태도다.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방범 시스템을 복구하고 경비를 강화했다는 생활원 측의 발표한 대책은 허술했다. 사건 발생 후 하루가 지난 지난달 31일에도 자유관 B동 도서관 방향 출입문은 잠기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A동은 이제야 경비원을 새롭게 뽑는다고 한다. 게다가 많은 학생들이 개강을 앞두고 짐을 옮기는 31일과 1일에도 입사를 도와준다는 이유로 많은 외부인들이 들어오고 나갔지만, 아무런 검사나 신원확인 절차도 없이 출입이 이뤄졌다. 게다가 생활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비롯해 관계자들의 발표 등은 사건을 축소하고 성급하게 수습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기섭 총장이 뒤늦게나마 신학기 담화에서 생활원 사태를 언급하고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이것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타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종료된 지 보름여만에 예정된 수순처럼 경비원과 행정실장, 생활원장 등 몇 명의 관계자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곧 새로운 인사가 단행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두 번 다시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자세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 학생의 조속한 회복과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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