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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 조선학교, 한민족은 통한다-오사카조선고급학교 방문기
  • 추슬기 기자
  • 승인 2013.09.09 23:26
  • 호수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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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기자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오사카조선고급학교’를 방문했다. 학교는 오사카 시내에서 다소 벗어난 곳에 있었다. 처음 교문을 들어섰을 때만 해도 운동장 한 가운데 인공기가 걸려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깃발 하나 게양돼있지 않아서 잘 찾아온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 학교 외벽에 붙어 있는 현수막이 한글로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잘 찾아 온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 학교 어디에도 국기가 계양돼 있지 않다.
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여름방학 기간이었다. 방학이지만 클럽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스무 명 남짓 됐다. 운동장에 서 있으니, 교실에서 학생들의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이끌려 한 교실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오사카부 성악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김남희 선생님과 열 명 가량 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조선학교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외교통상부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방문하는 손님은 많지않다. 한국에서 온 기자를 보자 학생들도 신기해했다. 기자는 한국 문화를 얼마나 접하는지 혹은 그것을 접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지가 궁금했다. 모두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에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방과 후에 케이 팝을 듣거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할 정도로 한국 문화를 자주 접하고 있다고 했다. 김남희 선생님은 “학생들은 가방 속에 한국 연예인 사진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며 “연예인 얘기만 하면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거린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 10명 중에 2명이 가족여행으로 제주도와 서울을 방문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가는 것이 제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것이다.

   
▲ 복도에 붙어 있는 학생들의 성적.

오사카조선고급학교도 외관상으로는 여느 한국학교와 비슷했다. 학교의 벽면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게시물은 ‘조선어’였다. 또한, 조선어 수업이 일주일에 4시간으로 편성돼 있으며, 일본어 수업 외에는 모두 조선어를 사용한다. 특이한 점은 개개인마다 하루 목표치를 정해놓고 공개하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목표를 달성했는지 누구나 확인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개인뿐만 아니라 서클이나 학급 역시 매일의 목표치를 공개함으로써 경쟁심을 부추기고 있었다. 목표를 잘 달성한 사람을 ‘천리마’, 보통을 ‘준마’, 달성치가 낮은 경우 ‘하마’로 분리해 매일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었다. 

오사카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의 일과는 평소 오후 3시면 끝난다. 청소 시간 후부터는 클럽활동 시간이다. 일본에도 사설학원이 있어서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방과 후에는 클럽 활동을 한다. 한국 고등학생들이 방과 후 열시까지 남아 자율학습을 한다는 것을 전해주자 모두 깜짝 놀랐다.

   
▲ 복도에 붙어 있는 통일교육자료. 한국의 보편적인 통일관과 시각 차이가 보인다.

교내에서는 한복을 착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학교 밖에서는 일본 학생들과 같은 교복을 입는다. 10년 전만 해도 한복을 입고 등교했지만, 학생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바뀔 수밖에 없었다. 한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이지메’가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조선학교를 대상으로 한 테러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김남희 선생님은 “한류 열풍 이후에는 한복을 보는 일본인들의 시선도 나아졌다”며 “오히려 한복을 입고 대회에 나갔을 때는 예쁘다고 칭찬일색”이라고 전했다. 국적과 이념은 다르지만,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만남이었다. 이념과 절차를 떠나 자유롭게 학교를 소통할 수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중창단 학생들과 김남희 선생님.

추슬기 기자  union2333@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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