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제기됐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수사가 계속해서 진행됐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의 물타기 시도 △사건 은폐 의혹 △침묵하는 언론은 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국정원 측은  ‘선거개입 사태를 은폐하기 위해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노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6월 발생한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사건은 물론,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예비음모 혐의 또한 국정원의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남재준 국정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명분으로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NLL 대화록을 공개했다. 이에 NLL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인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고완섭(교양교육원) 교수는  “문서에 대한 기밀 등급은 생산 주체가 선정한다”며  “등급 변경, 보관 일시, 파기 등의 결정도 모든 권한이 주체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측은 대화록의 주체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를  ‘공공기록물’로 분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을 국정원이 관리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파악했지만, 이를  ‘공공기록물’로 분류하도록 지시했다는 진술이나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 예비음모 혐의도  ‘업무성과를 통해 국민들에게 국정원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인 백도명(서울대 환경보건) 교수는  “이석기 의원 내란 혐의는 불리한 여론을 전환하려는 정치적 이용”이라며  “혐의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수사는 확실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 지난달 5일 국회 앞에서 열린‘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규탄 시국선언 교수 대학별 대표자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여론 조작을 고발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수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사태 해결을 기다렸지만, 현 정권과 여야 모두 이를 해결할 의사도 노력도 없음을 확인했다”며 취지를 밝혔다.(사진제공=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사건 은폐 의혹, 경찰·검찰·여당 합심?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 또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황교안법무부 장관은 검찰수사에 대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5일 검찰 수사팀이 청구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구속영장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막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 지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검찰은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도 수사외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권은희 전 수사과장은 수사과정 내내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청으로부터 압력을 받아 수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7월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국정조사는 여야의 대립, 남재준 국정원장과 새누리당의 불참석 등으로 재차 연기됐다. 지난달 16일 열렸던 청문회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차정인(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들의 증인선서 거부는 공직을 책임지던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며 책무를 포기한 것”이라며  “증언 거부권을 행사한 시점부터 그들의 증언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비위 맞추기? 진실 외면하는 언론

언론들은 정권에 거스르지 않는 보도를 위해 국정원 사태를 악의적으로 누락·축소·은폐시키고 있다. 국정원을 비판하는 보도는커녕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는 본질을 흐리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고 있다. 특히 보수언론이라 칭해지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경우, 사건 초기에는 국정원의 선거개입을왜곡 보도했다(표 1 참고). 대선 직전 갑작스러운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2012년 12월 17일 자)에는  ‘비방 댓글 없다’는 경찰 발표를 그대로 1면에 옮겨 담았다.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내부고발도 경찰 내부 갈등으로 축소(4월 22일 자)했으며, 같은 기간(표 2 참고) 내에 극히 적은 보도량을 보였다.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표 2 참고).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복성경 부대표는  “기본적인 정보와 그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사태의 중요성에 비해 언론의 보도량이 너무 적은 편”이라며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서로 이념이 대립하는 언론간의 논쟁만 이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공영방송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3사는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수동적으로 중계하며 이례적인 중간수사 결과 발표, 부실수사에 대한 의혹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최종수사 결과 발표(표 3 참고)는 보도를 후반에 배치하며 주목도를 떨어뜨리면서도, 야당과 시민사회의  ‘정권 눈치 보기 수사’라는 반발은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사건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적은 보도량을 보였다(표 3 참고). 복성경 부대표는  “국민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이 지상파 방송”이라며  “기본적으로 알려야 할 정보는 공익에 우선해서 보도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이를 등한시한다면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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