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필자는 가끔씩 인간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자세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다. 더불어 필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의도 등을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여러 경험의 탓도 있었지만 가장 큰 계기는 따로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반에서 소위 ‘좀 논다’는 무리의 한 친구(이하 L)가 어느 순간부터 반 전체 친구들에게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L은 그때부터 필자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근감을 표했다. 친하지 않았지만 L은 매우 다정했고, 부반장으로서 필자가 해야 하는 많은 일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L이 호의적으로 느껴졌다. 친구들은 필자에게 L과 가까워지는 것을 말렸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고 L과 매우 친해졌다. 몇 달 후 L은 원래 무리의 친구들과 화해해 반 친구들과도 관계가 원만해졌다. 시간이 흘러 고3이 된 L과 필자는 다른 반이 됐다. 필자에 대한 L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반이 다른 탓이라 생각했지만, L은 가끔 준비물을 빌려가기만 했고 더이상의 다정한 모습은 없었다. 어느 날 L은 꼭 갖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했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필자는 그것을 L의 생일날 선물했다. 그런데 그 후로 L은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이유를 고민하다보니 작년에 들었던 친구들의 말이 떠올랐고, 그들을 찾아가서 그 이유를 물었다. 생각하기도 싫었던 예상이 들어맞고 말았다. 토사구팽이었다.

꽤 상심이 컸던 걸까. 그 후로 필자는 관계를 맺을 때 서로가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가를 따지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손해보다 크면 원만하게 지내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위험한 생각으로 사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젠 이익을 떠나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된 친구들이 있다. 그들을 통해 필자의 생각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절실히 느꼈다.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꺼려했지만, 요즘은 인간관계를 통해 겪는 힘든 점보다 배울 수 있는 것이 더 많음을 깨달아 가고 있다. 여전히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두렵고 떨리지만, 계산을 떠나서 다양한 사람을 사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당신은 소중하고, 똑같이 나도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필자의 생각을 최대한 상대가 느끼도록 노력한다. 이렇게 해도 가끔은 좋지 않은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관계도 있다. 하지만 최선으로 노력했던 관계라면 약간의 섭섭함은 있더라도 크게 상처 받진 않는다. 얼마 전에 알게 된 것은, 어느 정도 가벼운 계산은 관계를 윤택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입장과 태도에 따라 관계가 일회적이 될 수도 있고, 더 견고해질 수도 있다. 특히 서로의 기대와 능력, 의도를 잘 파악한다면 더욱 더 원만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이러한 필자만의 관계론을 적용해보고 수정과 보완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가 바로 지금, 청춘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춘은 마음껏 도전할 수 있고 아프거나 행복해 할 수 있으며, 실패하더라도 가장 빨리 아물어서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인생 최대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