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물론 이 말에 필자가 서울 지리에 까막눈이라 도서관에 찾아가기 어려웠다는 뜻도 포함돼있지만, 사실은 취재하면서 알게 된 대학 도서관들의 어려움을 뜻한다. 다양하게 변화하는 도서관의 겉모습의 아름다웠을지 몰라도 수면 아래에서 쉴 틈없이 발을 움직이는 백조처럼, 우리학교를 비롯한 모든 대학의 도서관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부분의 대학 도서관은 언제나 예산 자체에 목말라 있다. 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수요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커녕, 도서를 보관할 장소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립대의 경우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기 도서가 한해에 평균 1만 여 권이 넘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우리학교 도서관의 한 사서는 “도서관 사업은 학교의 다른 사업에 비해 좋은 결과가 바로바로 나타기 어렵다”며 “그래서 도서관에 대한 투자는 항상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같은 국립대학인 경북대학교도 사정은 비슷했다. 경북대학교는 지난 2005년부터 학교본부 측에‘ 도서를 보관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으나, 약 7년여간 반영되지 않고 미뤄져왔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야 설계 계획이 잡혀 그나마 일부 건물에 증축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 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면 교수의 연구력은 물론 학부생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단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바로 장서 수다. 지난 5월 교육부와 한국학술정보원이 발간한 ‘2012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재학생 2만 명 이상 대규모 대학 상위 20개 대학의 평균 소장도서 수는 207만 3,000권으로 드러났다. 이는 북미 지역 주요 대학이 가입한 단체인‘ 북미연구 도서관협회’의 평균 소장도서 464만 3,000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필자가 마감 날까지 잊고 있었던 것이 있다. 바로 도서관의 주된 이용자인 학생들의 인식에 대한 것이었다. 심지어 다른 대학 도서관까지 가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필자 또한 한 명의 대학생으로서 스스로 도서관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의식이 부재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필자를 비롯한 학생들은 어떠한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도서를 열람할 수 있고, 도서관 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 하지만 도서관을 만들어나가는 책임 또한 필자와 같은 한 명의 학생부터 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학교 도서관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필자가 감히 판단하건데 우리학교 도서관은 쌓아온 60여 년의 역사는 있으나 그것을 담을 수 있는‘ 상징성’이 없고, 다수의 장서는 있으나 훌륭하게 보존할 수 있는‘의식’이 없다. 제2도서관의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본부는 도서관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학생들은 건물의 재구성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부분을 함께 채워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도서관 역사를 알아보는 것도 좋고, 도서를 직접 기증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 전에, 지금 당신이‘ 도서관에서 마시는 커피가 책 한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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