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이 지독하게 더웠던 덕분인지, 가을이 오는 소리에 더욱 민감하게 되는 것 같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가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여러 가지 일이 많겠지만, 이번 가을에는 제대로 된 독서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닌가?

독서에 대해서는 멋진 말도 많다. 두 가지 예만 들어보자.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독서는 정신적으로 충실한 사람을 만든다. 사색은 사려 깊은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논술은 확실한 사람을 만든다.” 독일의 대문호인 헤르만 헤세의 명언도 새겨볼 만하다“. 옛날 책을 고물 취급하는 이들은, 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최신작이 옛 것을 얼른 데워 다시 식탁에 내놓은 음식이라는 걸 전혀 모른다.”

이처럼 독서의 의미나 성격에 주목하는 경구는 많지만, 요즘 세태는 독서와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람들이 책값은 아끼면서도 찻값에는 후한 듯하다. 우리 대학 인근에도 커피숍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서점은 자꾸 줄어들고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교재를 제본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교재를 구입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교재가 이런 상황인데, 다른 책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개인의 경험은 한정될 수밖에 없으며, 독서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특히, 독서는 내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넘어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에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한다. 더 나아가 독서를 통해 접한 사항은 내가 직접 경험하는 혹은 경험할 것도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것을 넘어 동료들과 토론을 한다면 독서의 의미는 더욱 배가될 것이다. 막상 독서를 하려면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구입해 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에서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뭔가 책을 구입해 놓았다는 것은 거기에 관심이 있다는 징표가 아닌가? 수업 시간에 제시되는 각종 문헌을 탐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시각과 지식도 접하고 수업 내용도 더욱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누가 뭐라 해도 책 중의 책은 고전인 것 같다. 고전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그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었다는 반증이다. 최근 우리 대학에서도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올해부터 <고전 읽기와 토론>이란 과목이 교양필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 대학의 교양교육원 주관으로“ 생각하는 10대를 위한 동서양 고전 프로젝트”도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학기에는 책이랑 친해져 보자. 독서는 한 권의 책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어야 될 책들이 또 생길 것이다. 그 속에서 자아와 사회를 발견하고 반성하며 격려하는 기쁨을 느껴보자. 이것이 대학인들이 일상적으로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가 아닌가? 찻값보다 책값이 더 많아지는 세상을 기다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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