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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통해‘장소’로 탈바꿈한 부산- <부산을 쓴다> 속 부산의 장소 거닐기
  • 이광영 기자
  • 승인 2013.09.09 19:21
  • 호수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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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을 쓴다>, 정태규 외 27인 저, 산지니 펴냄, 2008

故 김정한 작가만큼 부산을 사랑한 작가는 드물다. 김정한 작가는 부산을 거의 모든 작품의 배경으로 삼아 그곳에 생명성과 문화성을 더해주었다. 부산작가회의 강동수 회장은“ 부산의 많은 작가들이 김정한 작가의 문학적 정신을 이어받아 활동하고 있다”며“ 김정한 선생은 부산 문학·지역의 지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장소를 색인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여전히 많이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기억과 경험이 없는 장소 예찬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하다. 작품 속의 장소는 그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나 사건 그리고 인물과 유기적 연관성을 지닐 때 의미가 있다. 지역 문학의 장소성은 이러한 작품을 통해 유발된다.

구모룡 전 부산작가회의 회장의 발간사 일부이다. 부산작가회의는 작품 속에 공간의 의미를 드러냈던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적 정신을 계승하고자 부산의 명소 28곳을 소설에 담아냈다. 단편 소설집 <부산을 쓴다>는 부산의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그 장소의 역사적, 문화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집이다. 각각의 작가들은 발간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각 지역의 의미를 소설 속 인물의 경험에 투영해냈다. 그 중 우리학교 주변의 명소 3곳을 선정해 작품을 들여다봤다.

마지막 인사 - 범어사

작별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아내를 떠나보낸 주인공은 아내와의 추억이 서려 있는 범어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범어사로 올라가는 길부터 절에 도착하기까지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새로 들어선 아파트, 포장된 도로. 변해버린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일주문을 지나고 독경소리가 들려오며 이내 그만의‘ 장소’를 더듬어낸다. 추억의‘ 장소’를 거닐며 마음을 정리한 그는 큰소리로 금강경을 외치며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낸다.

작품의 주인공에게 범어사는 추억의 장소이자 작별의 장소이다. 그가 알던 범어사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추억 속에 오롯이 남아있는 범어사는 그녀를 정리하고 마지막 인사를 보내기에 충분한‘ 장소’가 됐다.

   
▲ 주인공은 일주문을 지나 독경소리를 들으며 아내와의 작별을 준비한다

별을 향해 쏘다!! - 온천천

온천천 주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인공은 근래 들어 난감한 일을 연이어 겪는다. 강제로 난방공사를 하는 것부터 그로 인해 비워야 하는 뒷방의 가득한 짐, 쓰지 않던 뒷방은 곰팡이에 절어있고, 자화수기는 4년 동안 남의 집에 달려 있었으며, 발은 다쳐 덧나버린다. 하지만‘ 귀인’들의 도움을 받아 모두 해결하게 된다. 귀인들과의 만남 도중에 온천천에서 별을 바라보며 소중한 인연도 만나게 된다.

주인공의 일상은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다사다난하다. 하지만 온천천을 기점으로 한 ‘귀인’들이 이를 모두 해결해준다. 별을 바라보던 온천천에서 연하남과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한다. 주인공에게 온천천은 생활이 묻어있는 터전이자 귀인들과 연결되는 소중한‘ 장소’이다.

   
▲ 온천천은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를 지나 수영강으로 흐르며‘ 인연’을 이어 준다

온천장의 새벽 - 금정산

부산대학교 의예과를 다니는 주인공은 반복되는 하숙생활에 질려 금정산에 있는 절로 거처를 옮긴다. 금정산 일대를 누비며 생활하던 주인공은 그곳에서 대본집을 운영하는 해미와 추억을 쌓게 된다. 학기가 끝나갈 무렵 온천장의 니나노 술집에서 소란을 피우다 손을 다친 그는 해미에게 그 모습을 들킨다. 수치감에 그녀에게서 도망치지만, 깨어나고 있는 온천장의 새벽은 골목길의 끝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해미를 비춰준다.

온천장과 금정산은 치기 어린 대학시절의 추억이다. 그는 많이 40년 동안 변해버린 온천장의 모습에도, 웃으며 기억을 더듬을 수 있다. 기나긴 삶 중 일부일 뿐이지만, 그곳은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장소’가 될 것이다. 

   
▲ 1960년대,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추억이 된 온천장은 달라진 모습에도 여전히 추억이 되고 있다

 

이광영 기자  code0maize@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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