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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학으로 '장소성'을 말하다해바라기 벽을 미워한 소녀
  • 김윤경 기자
  • 승인 2013.09.09 19:09
  • 호수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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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부끄러워 하는 소녀가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소녀의 마을 사람들을 보고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진 부모도 없고, 아이를 교육시킬 능력도 없다고 말한다. 소녀는 이런 평가를 받는 자신의 마을이 부끄러웠다. 소녀는 현실과 블로그에서 이중생활을 했다. 현실의 소녀는 무상급식 대상 마을에 살았지만 블로그 속 소녀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해외여행을 다녔다.

자원봉사단체가 소녀의 마을에 찾아왔다. 그들은 어두운 마을을 화사하게 바꿔 주겠다며 소녀의 집 담벼락에 해바라기 그림을 그렸다. 소녀의 마을은 벽화마을로 유명해졌다. 낮에도, 밤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집값이 오를까’‘, 무산된 재개발이 다시 시행되지는 않을까’ 기대했던 마을 주민들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불편해했다. 집안에 화장실이 없어 마을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소녀 또한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다.

소녀의 마을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소개됐다. 해바라기 벽과 산 중턱에 있는 화장실을 향해 뛰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었다. 사람들은 화장실이 없는 집에 사는 소녀를 불쌍하게 생각했다. 소녀는 곧‘ 벽화마을 소녀’로 유명해졌다. 인터넷에는‘ 여학생에게 화장실 만들어 주기’라는 게시판이 생겼고 구청장은 소녀의 집에 화장실을 만들어주려 했다. 하지만 이내 소녀가 블로그에서 부잣집 딸 행세를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녀는 네티즌들의 악성댓글에 시달렸다. 소녀는 공용 화장실에서 들통 가득 똥을 퍼 담았고, 담벼락에 그려진 해바라기에 똥물을 퍼부었다.

김윤경 기자  yoonk93@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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