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방학 기간 중에 우리학교가 교과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2차정성평가를 통과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교원확보율, 장학금지급율, 학생교육투자, 등록금 부담완화 등을 평가하는 그 사업에서 우리대학은 취업률, 교원확보율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었지만그 부분에서 다시 정당하게 재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 사업에서 지원받게 되는 재원은 이제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쓰일 것이다.

그 재원을 교과부의 신규 사업인 ‘학부교육기초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을 위해 재투자하면 어떨까? 이 신규 사업의기본구상은 현재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미국의 자유교양학부제 대학을 모델로한 것인 바, 우리학교는 현재 전국에서 단과대학 및 학과 숫자가 가장 많은 분과형 종합대학으로서 그 사업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교양교육단계에서부터 지표 개선을 실천하고 장차 학과 및 단과대학 통폐합으로 나아간다면 거기에 선정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기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교양 교과목 커리큘럼의 지속적인 개발이 요구된다. 방향은 역사, 철학, 과학, 문화 등을아우르는 다양한 학제적 교과목 개설이다. 하버드 대학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강좌처럼 기존의 전공학과의 전공 울타리를 넘어서 학문과 학문, 학문과 사회를 연결하는 살아있는 교과목을 개설해야한다. 글로벌 도시문화, 페미니즘 문학, 포스트모더니즘 철학, 세계의 공연예술, 생명윤리 등의 학제적 팀티칭 교과목을 공모해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미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인문학연구소, 점필재연구소가 시행하고 있는 ‘시민교양강좌’나‘ 시민고전강좌’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교양교육원은 관련 연구기관과 공조를 통해, 대학 밖에서의 교양교육경험을 학내교양 개선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양교육원의 고전입문서 <고전의 힘>간행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인문과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우수한 집필 내용은 우리대학도 충분히 미국의 자유교양학부제 대학 수준의 교과목의 개설이 가능함을 입증한 것이다. 또한 강사들의 교양교과목 개설사업에서 제출된 교안에도 우수한 내용의 커리큘럼이 많았다. 현재 우리학교에서운용되는 핵심교양 교과목들은 일반교양 교과목들과 내용 측면에서 사실상 차이가 없으므로 재검토 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에 대해 아담 스미스, 마르크스 또는 괴테의 거시적 안목으로 조망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강의로 내실화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교양교육을 실시할 인프라 공간확보를 위해 중대형 강의동 건립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대학의 교양수업은 대부분 인문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소형강의실들이 대부분이어서 획일적으로 수강인원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나 서울대학교의 중대형 강의동은 우리가 벤치마킹할필요가 있다. 지금은 부산대학교가 과거의 찬란했던 시절만 회고하면서 체념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립종합대학교의 모든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 세계적 스탠더드의 대학으로 변모하기 위해 총역량을 결집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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