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보배 (전대신문 편집국장)

우연이었다. 오랜만에 지도교수님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는데 지도교수님이 “계절학기를 재수강으로 들을 경우 최대 A학점까지로 제한한다”는 공문이 발송됐다고 했다. 교수들의 의견을 묻는 차원의 공문이었는데 지도교수님은 “아마도 학사 관리 규정이 개정될 듯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수강을 하더라도 A+를 받지 못한다니. 재수강생 학점 제한이라는 큰 사안을 이제야 알았다는 사실에 급히 쫓기듯 취재를 시작했다. 그 때가 3월 말이었다. 당시 전남대는 재수강생에 대한 학점 제한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절대평가의 규정이 개정된 지한 달 정도가 흐른 때이기도 했다.
 
전남대의 경우 외국어강의, 논술중심전공 강의, 실험실습교과목, 수강생 20명 이하인 교과목은 절대평가가 적용돼왔다.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교수 재량에 따라 수강생 전원에게 A+를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3월 1일 변경 후부터는 수강하는 학생들 중 50%만이 A학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학생들은 3월 4일, 개강 후 교수들의 입을 통해서 알게 됐다. 가뜩이나 학점에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에게 그나마 숨 쉴 틈을 주던 절대평가 수업이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때에 계절학기 운영 규정 개정안이 연이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전대신문>은 ‘재수강생 계절학기 A+ 못 받는다’, ‘갑작스런 성적제한 소식에 모두 당혹’이란 제목으로 두 꼭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재수강 학생들이 하계 계절학기에 A+를 받지 못하는데, 학생들은 물론 강의하는 교수들마저도 대부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재수강생 성적 제한이 정규학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문장도 덧붙였다.
 
보도 후 만나는 지인들마다 “진짜야?”, “이게 말이 돼?”하고 물었다. 온라인 반응도 뜨거웠다. 페이스북에 기사를 게시하자 페이스북을 운영하던 지난 1년 6개월 중에서 가장 단시간에 가장 많은 학생들이  ‘좋아요’를 클릭했다.
 
보도 후 약 2주가 흐른 뒤, 계절학기 운영 규정안 개정이 확정됐다. 대학 본부는 “학사관리지표 때문”이라는 답변을 했다. 우리 대학은 성적 평균이 높아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대학 평가 중 하나인 학사관리지표에서 좋은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이번 조치는 성적 퍼주는 대학이라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다”는 말도 덧붙였다.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물론 학교 평가가 높으면 예산안 등 학생들에게도 이익이 된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재수강이란 간절한 마음으로 수강하는 강의다. 대체로 신입생 시절, 열심히 공부하기보다 열심히 놀았던 대가로 받아든 성적표를 후회하면서 착착한 마음으로 듣는 것이 재수강이다. 같은 수업을 다시 한 번 듣는 것도 싫지만, 학점이낮으면 취업의 면접에도 가보지 못하는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재수강이다. 대학 본부의 계절학기 규정 개정은 더 좋은 성적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정을 저버리는 조치였다.
 
그런데 이는 전남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소식을 들었다. 경북대, 고려대, 부산대 등도 재수강생의 성적을 개정했다고 했다. 다른 대학들의 개정 이유도 아마 학사관리지표가 큰 원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정 개정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학생들의 성적을, 어떻게든 학점을 0.1점이라도 높여보려는 학생들의 절박한 몸부림을, 학교가 제한 할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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