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은­기자

필자가 우리학교에 입학한 지난해 3월 어느 밤, 홀로 캠퍼스를 찬찬히 둘러보게 됐다. 제2도서관을 가득 채운 책, 열두시가 넘어서도 꺼지지 않는 연구실과 중도의 빛나는 열정을 보며 생소한 설렘을 느꼈다. 가족들에게 들뜬 마음으로 자랑한 것도 며칠, 우리학교에 대한 두근거림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갔다.

 
그렇게 2번째 개교기념일을 앞두고서 필자는 우리학교의 상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기 위해 김재호 교수님을 만나게 됐다. 우리학교를 설립한 윤인구 초대 총장은 훗날 이 학교를 다니게 될 학생들이 현실 앞에 무릎 꿇지 않는 꿈을 꾸길 바랐다고 한다. ‘진리, 자유, 봉사’라는 그의 꿈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에 숨어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옛이야기처럼 흥미로웠고, 한편 너무 많이 변해버린 캠퍼스에서는 그런 정신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기도 했다. 그렇게 이틀에 걸친 인터뷰 후 문득 떠오른 것은 학교에 애정을 가득 품은 새내기 때의 필자였다.
 
언젠가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부산대는 사회 어디에서나 모셔가는 최상류 학교도, 그렇다고 대학 순위 상위권에서 빠지는 학교도 아닌 애매한 곳이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또 ‘수도권 학교처럼 학교의 네임밸류에 몸을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지어 ‘학교가 어떻든 결국 내가 잘 하면 장땡이지 않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결국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장래가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학생들은 ‘애매한’ 학교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 관심을 드러내는 데 있어 소극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던것 같다. 그러나 김재호 교수는 인터뷰 중 “애교심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그 원동력이 반대로 학교의 위상을 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관심과 의미는 자꾸만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재차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우리가 가진 학교의애정이 학교를 바꾸고, 또 그 학교를 다니는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있다면…?’ 이라고 생각해봤다.
 
5월 15일은 우리학교의 67번째 생일이고, 전후로 대동제가 열린다. 마침 날도 맑아 가던 곳만 맴돌던 사이클에서 벗어나 너른 캠퍼스를 거닐어볼 좋은 때다. 효원인들에게 ‘부산대학교’는 어떤 의미인가. 애정? 애증? 무관심? 지금껏 학점과 취업 등 닥쳐온 일에 묻혀 생각하지 못했다면, 캠퍼스를 걸으며 꼭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말해주는 이곳 부산대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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