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국(전국대학노동조합 부산대학교지부장)

25년 전 본부에서 근무할 때 소속 사무실에는 컴퓨터(286 XT급)가 겨우 한 대밖에 없었다. 타자기에서 컴퓨터로 교체되는 시절이었기에 정말 신기했고, 저장 기능을 이용해 언제든지 기존 문서를 불러와 간단히 수정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전에는 문서 작성을 할 때 일일이 볼펜으로 직접 기안하거나 여직원에게 타자를 부탁했었는데, 이는 직접 본인이 문서 작성을 하는 계기가 됐다.

 
놀이문화도 지금과 비교하면 많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놀이문화가 별로 없다 보니 사람이 셋 이상 모이면 저녁값 내기 고스톱을 가끔 쳤는데, 요즘은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은 어떠한가? PC방, 노래방, 스마트폰이 이를 대신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인터넷 검색, 애니팡 게임, 카카오톡 등 모든 것이 손바닥에 있으니 혼자서도 외롭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가족 간 대화, 친구 간의 대화도 서먹해지는 것 같다.  학내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곧 개교기념일을 전후로 축제가 펼쳐진다. 과거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직원도 축제에 동참했다. 직원 부인들이 문창회관 앞에 천막을 치고 학생들과 함께 전을 부치던 일, 차전놀이용 새끼줄을 꼬았던 추억이 있다. 주막설치는 반드시 볏짚을 사용했고, 인문관, 자연관, 박물관, 미리내골, 장승터 주위에는 온통 지푸라기 펄펄 날리던 시절이었다. 음식이야 과거와 비슷하지만 주막은 행사용 비닐천막이 대신하고 차전놀이 등 전통놀이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러한 변화가 소통과 결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시제도가 변경되기 전에는 직원 수십 명이 체육관 안에서 원서접수, 확인, 합격자 명단 작성 등을 하며 서로 대화를 통해 소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직접 컴퓨터 접수를 하고, 잡무를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대신하다 보니 만남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소통의 구심점도 없다. 고작 1~2년에 한번 실시하는 체육대회를 빼면 서로 얼굴 보기조차 쉽지 않다. 이러한 것들이 소통의 부재가 되고 부서 간 업무교류의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학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만사형통’보다 ‘의사소통’을 더 우선해야 한다. 소통에 필요한 예산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결과 화합을 위해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학교는 하루 3만여 명이 오가고 5천여 대의 차량이 뒤섞여 움직이고 있다.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다면 어찌 될까? 소통과 원칙이 없다면 일터로서의 대학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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