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원 (철학 3)

 한때 할리우드에는 에드 우드(이하 에드)라는 영화감독이 있었다. 그가 만든 영화들은 대부분이 저급했던 나머지 대중은 그를 경멸했다. 그러나 모두가 등을 돌린 그에게도 훗날 진심 어린 찬사를 아끼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우리 시대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영화감독 팀 버튼(이하 팀)이다. 팀은 에드가 비록 고만고만한 B급 영화나 만들어 내던 삼류 감독에 불과했지만, 그가 지녔던 열정과 소신을 높이 평가했고 그의 일생에 관한 영화 <에드 우드>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영화는 팀이 에드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영화는 에드가 서른 살 남짓하던 시기, 그때 그가 동시대의 위대한 영화감독 오손 웰즈를 동경하며 자신의 초라한 처지를 한탄할 때부터 시작한다. 에드는 위대한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아무도 자신을 위해 투자하지 않고 항상 할리우드의 주변부만 서성이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깊은 회의에 빠진다. 하지만 ‘파멸할지언정 패배하지 않을’ 그는 특유의 뻔뻔스러운 자신감으로 한 제작자를 설득해 영화를 만들 기회를 잡아낸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영화 한 편을 완성해도, 돌아오는 것은 대중의 야유뿐이었다. 또한,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각종 기이한 방법을 동원해 투자를 얻어내면 곧 돈을 댄 투자자들은 에드에게 한숨짓게 만드는 멍청한 요구를 강요하기만 했다. 한 번은 에드가 그런 상황에 열이 받아 영화 촬영장에서 뛰쳐나와 술집에 갔더니 그가 항상 동경하던 오손 웰즈를 만나게 된다. 그 때 웰즈는 에드의 고민을 읽어내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에드, 소신이 있다면 싸울 가치가 있는 겁니다. 왜 남의 꿈을 만드는데 인생을 낭비합니까?” 에드는 그 말에 감명받아 예술가의 소신은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당당하게 자기의 의지를 펼쳐나간다. 많은 사람이 그의 유별난 성향을 조롱하고 탐탁지 않게 여기기도 했지만, 그 어디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위해 싸운 그가 바로 에드 우드였다.
 
팀은 에드에 대한 자신의 무한한 애정을 영화화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에드적인 정신을 북돋우려 했던 것은 아닐까. 특히 요즘과 같은 무채색의 경직된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꿈과 소신은 희미해진 채 안정적인 직업과 심지어는 안정적인 일상만을 좇는 지금, 에드의 정신은 우리에게 극히 이질적이게 느껴지면서도 은연중에 우리의 굳어가는 심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만 같다. 영화 속 오손 웰즈가 지적했고 에드가 보여줬듯이, 우리에게 소신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소신을 위해 싸울 가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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