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원리베라타스 특강 <불안하고 두려운게 당연한거야 > -- 조한혜정(연세대 문화인류) 교수

 자기 세대가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는 질문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느냐는 물음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이 우리 세대의 특징”이라며 “대단히 합리적이지만 편협한 사회, 경쟁에 억눌려 자신의 주장을 펴지 못하는 사회에 우리들은 살고 있다”는 조한혜정(연세대 문화인류) 교수. 지난 7일 화요일 성학관에서는 ‘불안하고 두려운게 당연한거야’라는 이름으로 특강이 열렸다.

 
▲ 무연사회에서 ­자기만의­ 마을을 ­만들어라”는­ 조한혜정 ­교수
“학생들에게 ‘자동차 가지고 싶은 사람 손들어보라’고 했는데 절반만 손을 들었다”며 “우리 때는 자동차 자체가 무리를 해서라도 사고 싶은 일종의 로망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이게 바로 현실”이라고 조한혜정 교수는 말했다. 조한 교수는 80년대 세대의 키워드가 꿈과 자유라면 90년대 현재 대학생들의 키워드는 희망과 불안이라고 말한다. 조한 교수는 “굉장히 가난했지만 꿈이 있었던 윗세대와 달리 현재 세대는 불안에 갇혀 있다”고 설명했다.
 
조한 교수가 말하는 한국 사회의 또 다른 특징은 ‘무연 사회’다. 동경대학교의 화장실에는 ‘화장실에서 밥 먹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다. 서로 만나는 것 자체를 낯설어하다 보니 밥마저 혼자 먹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다. 조한혜정 교수는 “서양 청년들은 몰려서 하는 일이 많은데 동양 쪽은 그렇지 못하다”며 “경제와 철학이 너무 갑작스레 바뀌니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조한 교수에 따르면 ‘왜 한국 사회가 이렇게 변했을까, 또 누가 내 삶을 조종하는가’에 대해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한 교수는 “먹고 튀더라도 돈만 벌면 되는 금융자본주의가 시장을 불건강하게 만든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란 명분으로 시장에 삶을 이양하는 행태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학생의 선택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때에는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자기계발서에 의지하면 결국 자신이 사회에 파묻힌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조한 교수가 청춘들에게 제시하는 해결 방안은 ‘자신의 마을을 만들어라’다. 성과 지향적인 사회를 완전히 뒤바꾸지는 못할지라도, 생활 속에서 조금씩 사람들 간에 관계를 만들어 나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한혜정 교수는 서로 모여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난감 모임’, 무엇을 해야 하는데 방향이 없을 때 먹거리나 작품을 들고 모이는 ‘심심 모임’, 대안 학교와 유사한 ‘마을 대학’ 등의 모임과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단체에서 사람들은 생활 속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한다. 조한 교수는 “써클을 하든 무엇을 하든 정성 들여 해야 한다”며 “불안하고 두려우면 그것을 말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조언했다. 조한 교수가 주장하는 ‘자공공-自助公助共助(스스로 돕고, 서로를 돕고, 공공을 돕는다)’은 그 개념적인 토대다. “좀 더 나은 사회경제, 협동경제, 조금 벌어도 괜찮게 사는 삶을 만들어야지 청춘의 불안함과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조한혜정 교수. 조한 교수는 “간단한 관계 맺음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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