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브로노우스, <인간 등정의 발자취> / 김종기(불어교육) 교수

인간성 없이는 철학이 있을 수 없고, 나아가 올바른 과학도 존재할 수 없다. 나에게 자연의 이해는 인간 본성의 이해를, 그리고 자연 안에서의 인간 조건의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제이콥 브로노우스, <인간 등정의 발자취> 中에서

 

제이콥 브로노우스의 <인간 등정의 발자취>는 단순히 과학사를 서술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자연과학을 하나의 매개로 해 문학, 예술, 정치 등에 걸쳐 인류가 쌓아올린 다양한 학문과 역사를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지금은 분리된 인문사회⋅자연이공 학문들이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며 발전해 왔는지를 책 전반에서 다루고 있다.

김종기(불어교육) 교수는 “이 책을 대학교 1학년 때 접한 후 생각의 틀이 형성됐으며 학문의 경계를 넘어 융합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웠다”며 “서로의 학문에 무관심한 인문사회⋅자연이공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다른 학문에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그를 바탕으로 자신의 전공 학문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돼있으며 전체적으로는 구석기 고고학 시대부터 시작해 유전학의 시대까지 방대한 인간 지성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각 장에서는 자연과학사에서 중요한 개념을 정확하게 제시한 후 그 개념이 가지는 과학적, 사회정치적, 문화예술적인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이 중에서 김종기 교수는 제 5장, ‘천구의 음악’을 특히 강조했다. 제5장에서 학문의 형성 과정과 학문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쉽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기 교수는 “이 장에서는 기하학이 수학으로 발전한 과정, 연금술이 화학으로 발전한 과정 등을 흥미롭게 서술했다”며 “논리적 사유의 모형으로서 수학이 가지는 가치와 의의를 피라고라스의 정리 같은 간단한 원리에서 부터 끌어낸다”고 덧붙였다.

반면 읽기에 까다로운 장은 11장, ‘지식과 확실성’이다. 이 장에서는 인간이 지금까지 발견한 ‘지식’이라는 것이 ‘대상’을 확실하게 규정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묻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대 철학에서 파생됐던 과학이 뿌리학문인 철학으로 회귀했다는 뜻이다. 김종기 교수는 “양자론, 불확정성, 카오스 이론 등 배경지식이 부족한 문과 학생들은 11장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그래도 인간 지식의 근본성질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만큼 꼭 읽어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종기 교수는 이 책에 ‘인간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다고 설명한다. 김종기 교수는 “보통 사람들이 인간의 정신을 이과냐 문과냐, 자연과학이냐 인문학이냐로 나누는데 저자는 인간이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며 “이 책에는 ‘인간의 총체성’에 대한 확신이 담겨있으며 이것이 인간존재에 대한 긍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인간의 지성에도 무한한 애정을 보이며, 과학이 할 일은 ‘부가 아니라 도덕적 상상력을 계승하는것’이여야 함을 강조한다. 갈릴레이의 등정이 중세교회에 의해 가로막혔을 때 과학의 기운은 남부유럽에서 북부유럽으로 넘어갔으며 히틀러의 등장이후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등은 베를린을 탈출하는 기차를 탔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젊은이들의 ‘상상력의 자유’를 한정시킨다면 인간 지성은 정지상태가 되어버린 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C.P. 스노우의 <두 문화>와 함께 읽으면 좋다. 김종기 교수는 “<두 문화>는 ‘인문학과 과학의 통섭’이라는 키워드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전에 융합에 대해 고찰한 선구자적인 책”이라며 “이 두 책을 읽고 나면 여러 학문에 대한 관심의 가지들이 무한대로 뻗어나갈 것” 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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