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 환경 전무한 부산 독립영화는 더 어려워질듯

  “영화가 스크린에 상영돼 악평이라도 좋으니 관객의 평가를 받아봤으면 좋겠어요”라 말하는 이영민(동서대 영화학 03, 졸) 씨의 농담 뒤에 한숨이 뒤따른다. 그는 1000만원을 모아 독립장편영화를 만들었지만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워낭소리’가 우리나라 독립영화 사상 유래 없는 흥행을 하면서 관객의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독립영화 성장과 지원을 주도해야 할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강한섭, 이하 영진위)의 독립영화 정책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올해 영진위는 독립영화에 포스터 제작 및 광고비 등의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는 예산을 폐지했다. 이번 결정으로 영민 씨와 같은 독립영화인들의 바람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듯 하다.
 

  독립영화는 지원을 받는 경우가 드물어 큰 비용이 드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시네마달의 이상엽 프로듀서는 “홍보가 어려워지면 ‘만들어도 소용없다’는 인식이 확산돼 제작이 축소된다”며 “막 알려지기 시작한 독립영화가 다시 고립될 수 있다”고 정책에 우려를 드러냈다.
 

  영진위는 마케팅 지원을 축소하는 대신 상영관 지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작년 문을 연 ‘인디 스페이스’와 같은 독립영화 전용관 사업으로 안정적 개봉환경이 마련됐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독립영화 관객들은 여전히 관람에 불편을 호소한다. 안병용(일어일문 03, 휴학) 씨는 “가까이에서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정보를 얻기도 힘든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 스페이스의 김소혜 프로그래머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안정적인 공간은 필요하지만 배급은 감독·배급사·극장이 연결돼 있다”며 “극장지원만으로는 배급의 큰 고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산 독립영화는 서울보다 배급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의 영상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부산 영상 위원회’가 있지만 이마저도 부산 지역 독립영화에는 거의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영화 촬영 중인 이지혜(경성대 연극영화 3)씨는 “부산에는 독립영화 배급사가 전무하다”라며 “마케팅 지원비 폐지는 지방 독립영화계를 고사시킬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부산 독립영화계에서는 영진위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근식(경성대 연극영화 3)씨는 “최근 영진위 정책은 독립영화도 수익을 내야한다는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영화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독립영화는 문화적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이석(동의대 영화학) 교수는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 축소는 지역 영화의 소외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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