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로써 개교 67년을 맞은 우리학교는 그 건물과 지명, 건물 이름들 역시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전자전기공학부 김재호(전자공 76, 졸업) 교수는 우리학교의 숨은 이야기들을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 김 교수는 “재학 중에는 나도 학교에 대한 의미와 상징들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며 “2006년 문화컨텐츠개발원장을 맡아 영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학교에 대한 역사를 파헤치며 알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 이야기들은 먼지 쌓인 우리학교 박물관을 뒤지고, 은퇴한 교수들과 건물들의 옛 설계도를 찾아다니면서 비로소 세상 밖에 드러났다.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웠던 우리학교 곳곳에 숨어있는 뒷이야기를 김재호 교수에게서 들어봤다. 이 기사는 김재호 교수의 설명을 재구성한 것이다.

 

우리학교는 윤인구 초대총장이 원래 대연동에 있었던 캠퍼스를 1955년 금정산 아래에 옮기면서 현재 위치인 장전동에 자리잡았다. 그때 맨 처음으로 세워진 것이 지금의 인문관과 박물관, 그리고 무지개문(구 정문)이다. 박물관은 윤인구 전 총장이 다니던 프린스턴 대학교의 건물을 따라 지어서 서양풍이 강하게 드러난다. 인문관은 오랫동안 우리학교의 본관으로 사용됐는데, 처음 우리학교의 터를 ‘진리와 자유의 종’ 형태로 해 인문관이 그 종의 추가 움직이는 것을 상징하게 했다. 인문관은 다른 건물들과 비교해 독특한 특징을 몇 가지 가지고 있는데, △채광이 가장 잘 된다는 것 △건물에 곡선을 가지고 있다는 것 △1층 전 공간을 로비로 사용했다는 것 △상대적으로 한 층의 높이(천장)가 높다는 것이다. 전면이 유리로된 인문관의 홀은 금정산 맞은편의 구월산을 향해 있는데, 정동 쪽으로 창이 나있어 아침이면 ‘효원(새벽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햇살이 가득 찬다.
 
▲ 무지개문이 정문으로 쓰일 때의 모습이다. 당시 인문관은 본관으로 쓰였다

 

옛 정문으로 사용됐던 무지개문은 우리학교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다. 우선 무지개문은 열고 닫는 부분이 없는, 완전히 개방된 문으로 자유로운 이미지를 보인다. 무지개문의 바로 아래에 서면 인문관과 10.16 기념관(옛날에는 ‘대학극장’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독수리상이 올려져 있는 웅비의 탑이 보이고 다른 건물들은 곡선이 그리는 프레임 밖에 위치한다. 이는 대학의 이념(인문관-구 본관과 웅비의 탑)과 대학 문화(10.16 기념관)를 상징하는 것들을 가장 잘 보이게 한 것이다. 무지개문 꼭대기에 달린 종은 ‘그 소리가 널리 퍼진다’는 의미에서 ‘자유’를 상징하고, 이는 윤인구 전 총장의 비망록에 기록돼있다.
 
▲ 1959년 촬영된 인문관 안에서 담은 풍경

 

웅비의 탑을 장식하는 꼭대기의 독수리는 날개를 힘껏 펴고 날아가는 젊은이의 기개를 상징한다. 독수리상은 사실 1987년 여름, 태풍 셀마가 부산에 상륙했을 때 날아오르다가 추락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 후 조금 몸집이 더 크고 부리가 약간 밑으로 향하게 해 다시 얹은 것이 지금의 독수리상이다.
 
무지개문 옆에 자리한 대나무 숲도 의미가 있다. 크게 휜 무지개문이 활이라면 대나무를 화살로 상징할 수 있는데, 실제로 장전동은 ‘긴(長장) 화살(箭전)’이라는 이름 풀이에도 알 수 있듯 조선시대부터 가장 멀리 나는 화살을 만들기 위해 쓰는 대나무의 지역으로 잘 알려졌다고 한다.
 
건물 이름으로 등장하는 ‘문창’, ‘금정’, ‘효원(샛벌)’ 역시 각각 의미와 전설이 전해진다. ‘문창’은 윤인구 초대 총장이 당시 이선근 문교부 장관에게 작명을 부탁한 이름으로, ‘진리(文글월문)가 널리 퍼진다(昌 창성할 창)’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학교 터 언덕바위에 문창대라는 이름을 새겼다. ‘금정’은 금정산의 전설을 따르는데, 금색 물고기가 5가지 색의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그 샘에서 놀았다는 이야기에서 이름을 따왔다. 우리학교가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인 ‘효원(曉園)’은 젊은 청년들이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며 진리를 탐구하길 바라는 염원에서 윤 초대 총장이 지은 이름이다.
 
지금은 세월이 지나고 학생의 수도 늘어가면서 캠퍼스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우리학교가 처음 지어진때 새겨진 의미와 지금까지 이어져온 역사, 소소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생활하는 캠퍼스 곳곳에 숨쉬고 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