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 출판 서점 샵 메이커즈에서 <미열>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 새로운 독립 문화잡지가 탄생했다. 온전하게 자신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미열>이 바로 그것이다. <미열>을 ‘평소와는 다른 온도로 전해지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은미 편집장을 만나보았다.

대학생 때부터 잡지를 좋아했던 은미 편집장은 ‘흘러가는 이 젊은 시절이 아까워서’ 직접 잡지를 발간하기로 했다. 상업성 광고 없이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채 작업하고 있다. 은미 편집장은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방식으로 잡지를 만들다 보니 독립잡지 형태가 된 것 같다”며 “광고가 없어서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를 받거나 회사를 설립했다면 기존의 상업잡지와 같아졌을 것”이라 덧붙였다.

<미열>은 계절마다 한 권 씩, 지금까지 총 4권이 발간됐다. 은미 편집장은 기획에서 배포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모든 결정을 혼자 하고 있어서 외롭다”며 “매번 책 디자인을 새로 구성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미열>은 아직도 독자 구독료에 편집장의 사비를 합쳐서 발간하고 있다. 편집장은 “제작비 문제로 다음 호가 나올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한다”며 “언젠가는 독자들의 구독료만으로 발간하는 잡지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잡지에는 고정된 필진이 없다. 편집장의 글과 독자가 투고한 글을 묶어서 발간하며 누구나 글을 투고할 수 있다. 독자들은 대부분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투고한다. 은미 편집장은 “우리는 언제부턴가 내가 아닌 타인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것 같다”며 “<미열>은 온전히 자신이고 싶어 하는 글, 자신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4호에 글을 투고한 우제인(서울 특별시 명륜동, 21) 씨는 “미열은 지난일 년간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며 “내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독자 투고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 4호에서 악보를 실기도 했다. 은미 편집장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면 어떤 것이든 괜찮다”며 “<미열>이 자신이 살아가는 시절의 기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일반 잡지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미열>을 통해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3호에 글을 투고한 고우석(광주광역시 용봉동, 25) 씨는 “미열은 일반적인 잡지와 다르다”며“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괜찮아'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우제인 씨도 “힘들 때면 미열을 읽고 ‘내가 예전에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2013년 <미열>의 봄호는 여름호와 함께 돌아올 예정이다. 3호에 글을 투고한 한이경(괴정동, 26) 씨는 "사소하지만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기록이 더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미 편집장은 “앞으로도 <미열>이라는 틀안에서 계속해서 실험하고 자유롭게 잡지를 만들고 싶다”며 “독자들이 유일한 한 권의 책을 사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상업잡지의 기준을 <미열>에 적용시키지말고 <미열> 그 자체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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