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곳곳에는 원룸과 고시원들, 뼈대만 남은 공사 중인 건물들이 즐비하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 중 장전 1동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미리내마을’이다. 장전1동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주민들은 점점 변해가는 마을에 근심이 많다. 그리고 주민들은 젊은 학생들, 유학생들이 많아서 밤에 정신이 없다고 한다. 술을 먹고 다니거나 불법주차, 고성방가 등 낮과 밤이 다른 마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재개발이 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고, 재개발이 해제된 지역은 원룸이 자리 잡아 예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주민센터 담당자에 의하면 장전 1동에 살고 있는 젊은 청년들 대부분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전 1동을 잠시 머무는 곳으로 생각하지 내가 살아가야할 마을이라는 정주의식이 낮다. 그러다 보니 마을일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주민들은 늘어나고 원주민들은 이곳저곳 흩어졌다. 장전본동(장전 1동의 예전 명칭) 시절을 그리워 하지만 마음일 뿐 예전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인사가 절반이다

마을 활동가(마을코디네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작년 10월부터 미리내마을(장전1동)에 발을 딛었다. 아는 사람도, 친구도,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다. 망망대해에 구명조끼 하나 입고 내던져진 것이다. 허우적거리면 힘만 뺄 뿐, 인사부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 청년 문화, 예술 활동가들, 주민센터 담당자, 유관단체 회원 등 찾아 뵈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살아온 이야기, 마을 유래, 자랑거리, 정치이야기(가장 힘든 부분임) 등 이야기가 풀어졌다.

마을의 전문가는 주민이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민원성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주차문제 해결해야 된다, 젊은 학생들이 밤에 조용히 해야 한다’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 다시 묻는다. ‘학생, 유학생, 다문화가정,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을 통해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포용하자’라는 공통적인 문장이 완성된다. 내가 한 것은 그저 여쭙고 경청하는 것뿐이다. 마을에 관심이 있는 주민이라면 그 해결책도 이미 가지고 있다.

갈등은 곧 변화의 시작이다

주민모임을 가지다 보면 마을의 갈등이 회의의 자리에 고스란히 드러날 때가 있다. 어떤 마을에서는 정치적인 갈등이, 재개발의 찬반이, 도로확장에 대한 갈등이, 주민과 행정기관의 갈등이 주민모임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또한 젊은 세대와 어르신 세대가 함께 회의를 하다보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회의의 방식이라든지 사업진행방식, 아이디어 등 사사건건 부딪히게 된다. 언성이 높아지고 때로는 마음의 상처도 생긴다. 그러다가 아예 더 이상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다양한 의견들을 품고 가야기에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갈등의 씨앗을 뿌리게 되고 이 과정을 잘 거치면 변화라는 성과를 얻게된다. 이 과정에서 마을코디네이터는 변화의 주체가 아닌 협조자, 중재자로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게 돕는다. 소수의 의견도 반영될 수 있게 돕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진행되도록 돕는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결정된 사안은 주민들이 합의했기에 어떻게든진행한다. 실패를 경험할지라도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차후 마을 일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