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에 대한 지역화(Localization)의 반격
“1970년대 중반, 라다크는 갑자기 외부 세계에 개방되었다. …내가 라다크에 왔던 초창기에만 해도 마을의한 청년에게 여기서 가장 가난한 집을 보여 달라고 했을 때 그는 ‘여기에는 그런 집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나는 그 청년이 여행객들에게 ‘우리를 도와주세요. 우리는 너무 가난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라다크에 35년간 지내며 세계화의 병폐를 목격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말이다.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던 주민들이 물질을 중시하게 되었고, 자신들의 행복을 스스로 낮추었다는 설명이다.
세계화의 문제점을 고발하다
흔히 사람들은 세계화(Globalization)라고 하면 폭 넓은 국제교류, 자원의 효율적 배분, 효과적인 경제 순환 같은 장점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세계화는 기업에 대한 규제의 완화가 그 중심이다. 기업과 은행이 글로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그 결과 초국적 기업들이 지배하는 세계시장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초국적 기업들은 특정 문화를 일방향적으로 전달하는 식민성을 띤다. 코카콜라사가 대표적이다. 김덕호(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교수는 “코카콜라사의 경우 전 세계 어디서든 똑같은 맛을 제공하는 전-지구적 보편성을 지향한다”며 “미국의 문화는 다른 나라에 전달되지만, 다른 나라의 문화는 미국에 전달되지 않는 비대칭성이 세계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본에 의한 세계화 정책은 지구촌 곳곳에서 문제점을 불러 일으켰다. 에너지의 과다 소비와 삶의 만족도 하락이 그 예시다. 실제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로 하는 자원의 양을 뜻하는 ‘1인당 생태발자국’의경우, 런던의 생태발자국은 일반 도시의 120배에 이른다. 또한 미국의 환경 운동가인 빌 맥키번은“ 미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56년”이라며 “이후 50년 동안 미국의 삶의 질은 끊임없이 높아졌지만, 사람들을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창근(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교수는 “세계화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비추어 볼 때, 세계화에 지구촌의 미래를 맡기는 행동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잊혀진 ‘공간’의 의미를 살려라
이렇듯 한계에 부딪힌 세계화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지역화(Localization)’이다. 특히 신자유주의로 점철된 경제 구조를 지역화 시키자는 것이 현재 나타나는 지역화 운동의 주된 흐름이다. 김창근 교수는 “지역화는 지역기업 육성을 통해 지역을 위한 생산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식량의 이동을 최대한 줄여 환경파괴를 막고 지역의 식량 경제를 재건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학교에서도 지역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바로 세계화에 밀려 사라지는 지역의 의미를 찾아 나가려는 로컬리티 연구가 그 예시다. 이상봉(한국민족문화연구소) 교수는 “시나 정부에서는 세계화의 조류에 떠밀려 해운대 바닷가를 관광지로 만들고 그것이 현지화인 양 홍보하지만 그곳에는 결국 ‘해운대’가 아닌 ‘상품화된 바닷가’만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자본’이라는 균질적인 기준으로만 평가받는 지역공간의 참된 의미를 되찾음으로써 지역주민에게 공간의 가치를 부각하는 것이 로컬리티의 목적인 것이다.
이렇듯 지역의 의미를 찾으려는 지역 주민들의 노력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협동조합의 대표격인 아이쿱생협은 17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3,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상봉 교수는 “지역 협동조합·지역 학교·사회적 기업 등 지역화를 위한 노력이 구체적인 실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