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월은 독자들에게 정말 다사다난한 한달이었을 것이다.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유통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청와대 대변인은 해외 성추문에 휩쓸렸으며, 국정원이 반값등록금을 무력화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사회부 기자들은 곤란해진다. 크고 자극적인 이슈가 생길수록 지역 사회 사안은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8년 전 시작된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은 별다른 진전 없이 여태까지 계속되고 있다. 위양리 평밭마을 주민들은 마을 위를 가로지르는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마을 입구를 점거한 상황이다. 지난 22일엔 한전 측 인력들과 주민 간에 큰 충돌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4명의 어르신들이 혼절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에게 지난 8년의 하루하루는 지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평밭마을의 분위기와 달리 온라인은 너무나도 고요하다. 가끔 송전탑과 관련해 나오는 보도들은 죄다 ‘오늘 있었던 충돌로 몇 명의 주민들과 전경들이 다쳤다’라는 내용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을 단순한 님비 현상으로 치부하고 주민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지기도 한다. 간혹 밀양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은 수많은 다른 댓글 속에 묻히거나 비공감 댓글로 선정되기 일쑤다. 과연 밀양 송전탑 주민들의 8년간의 투쟁은 단순한‘님비 현상’일까.

시도별 전력 자급률을 보면 서울은 2.9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경상남도는 200퍼센트가 넘는다. 또한 충청남도는 300퍼센트를 넘는 전기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경남과 충남에서 생산되는 여분의 전기가 농촌 지역의 송전탑을 통해 수도권 지역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님비 현상의 주체는 농촌 밖 도시, 그 중에서도 서울인 것이다.

여태까지 한전 측은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있는 전원개발촉진법을 토대로 충분한 보상없이 주민들을 억압해왔다. 여기에 공공사업이라면 한없이 정부 편을 드는 한국 사회의 여론이 지원사격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곪았던 상처가 터진 것이 이번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이다.

지난 60년간의 경제 성장 동안 우리나라의 지방, 그 중에서도 농촌 지역은 이유 없는 희생을 해왔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사회는 그 희생의 대상이었던 70~80년대 농촌 주민들에게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그들에게 짊어지었던 희생의 무게를 내려놓고 우리가 그 무게를 나눌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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