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아영(전남대 신문방송3)

오전 수업이 끝나자 공강을 틈타 북문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 그리곤 카페에 가서 조원들과 음료를 시켜두고 조모임을 한다. 두시간 회의를 마치고 나와 친구와 정문 근처 옷 가게에서 옷을 구경 한다. 마음에 드는 티 한두 개를 사고 돌아다니다 보니 금세 저녁때가 된다. 저녁도 때울 겸 근처 술집에 가서 안주를 시켜놓고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켠다.

한 학생의 어느 하루 일과다. 이런 모습은 이 학생만의 특별한 일상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대학가에는 식당, 카페, 옷 가게, 주점 등 소비를 부르는 수많은 가게들이 있다.

처음 부산에 왔을 때, 친구의 손에 이끌려 가장 먼저 탐방한 곳도 바로 부산대 정문 대학가였다. 정문에서부터 부산대 역까지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에 한번 놀라고, 서로 부딪히지 않고는 길을 다닐 수 없을 만큼 많은 인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특히 정문을 등지고 좌측으로는 음식점과 주점들이, 우측으로는 옷가게와 카페들이 펼쳐져 있는 광경은 부산대의 대학가가 얼마나 크게 발달되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줬다. 이곳저곳 살펴보니 부산대 정문의 거리도 여느 대학가들처럼 다양한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들과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상권의 규모가 큰 만큼 몇 백미터 내에도 중복되는 매장들이 눈에 띄었다. 전남대 후문은 부산대보다 규모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중복되는 매장이 많진 않다. 그러나 상권의 대부분이 대기업 프렌차이즈들에 의해 차지되고 있으며 음식점, 의류나 화장품 매장, 주점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선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처럼 부산대와 전남대의 대학가에는 먹고, 마시고, 쇼핑도 할 수 있는 수많은 매장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번지르르한 모습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정작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은 매우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전남대와 부산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가에는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 공간이 영화관 정도로 국한되어 있으며 몇몇 모임공간을 제외 하고는 조모임을 하기에 적합한 곳도 카페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거나 연극을 여는 등 공연을 할 만한 공간 또한 부족한 현실이다. 즉 대학교 주변의 거리에서 학생들은 대부분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소비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가에 수많은 상가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종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20대 젊은 층의 놀이 문화가 획일화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학생은 학예를 배우는 사람이다. 이때 배움은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교실 밖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도 얻어진다. 따라서 학교를 나서서 대학생들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대학가인 만큼, 대학가도 배움의 터로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학생들의 지갑만 열게 하는 소비의 거리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창조적인 생산의 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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