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교수들에게 적용되는 ‘성과급적 연봉제(이하 성과연봉제)’는 심각한 독소 조항을 가지고 있다. 이 제도가 의미하는 성과연봉은 약탈금과 같다. 왜냐하면 우수한 성과를 낸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추가로 주는 방식이 아니라, 높은 등급을 받은 교수가 낮은 등급을 받은 교수의 성과급을 가져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의 또 다른 독소조항은 기본 연봉에 포함된 성과가산금이다. 이 제도는 한 해의 성과를 다음 해에도 적용하는 누적적 급여방식이다. 교육부가 강행하는 성과연봉제에서는 국립대 교수들이 상호약탈식 경쟁에 시달리며 연구실적을 양적으로 올리는 데에만 급급해야 한다.

이 제도가 대학의 정체성과 교육에 끼치는 해악을 직시하고, 많은 국립대 교수들이 이에 반대하는 서명을 하고 성과연봉제적용과 관련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제도가 일으키는 해악 중 가장 큰 것은 대학교육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이다. 대학생을 훌륭한 인재로 키우는 일에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들어간다. 교수의 강의에서 학생들이 지적인 자극을 받고 각자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를 찾을 수 있다. 좋은 강의를 위해서는 교수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강의에 임하기 전 몇 시간뿐만 아니라 교수의 오랜 학문적 오딧세이가 녹아있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에도 각별한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다. 연구실과 강의실은 물론 각종 공간에서 교수들은 학생들과 만나고 상호 작용하며 다양한 지도를 한다. 연구실에서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하는 일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이러한 시간을 가지지가 쉽지는 않다. 교수와 학생의 인격적인 만남, 학생의 지적 성장과 인생 전반에 걸친 교수의 멘토링은 대학생의 삶을 바꾸거나 획기적으로 도약시키는 계기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교과부가 강행하는 성과연봉제는 이러한 본질적 의미의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교수들의 눈과 마음을 학생들로부터 돌리게 하고 논문을 양산하는 데 급급하게 만든다. 또한 교수가 동료를 존중하고 교유하며 대학에서 건강한 학문공동체를 이루게 하지 않고, 동료를 질시하고 견제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긴 호흡의 우수한 논문이나 좋은 책을 생산하기도 어렵다. 칸트는 47세에 늦깎이 교수가 된 후 11년간 연구실적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인류역사에 길이 빛나는 저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만일 칸트가 오늘날 한국의 국립대 교수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그의『 순수이성비판』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는 대학교육의 기반을 침해하는 이러한 성과연봉제를 즉각 폐지하여야 한다. 정부는 이 제도가 야기하는 여러 폐단 중에서도 대학교육에 끼치는 해악을 직시하여 이를 폐지하고 국가의 백년대계인 대학교육의 기반을 강화하여야 한다. 대학생들도 이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제도에 반대하는 운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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