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심화⋅장기화됐다. △사유재산과 공공성 △송전탑 건설의 인체유해 여부 △주민들의 의견수렴 미비 등의 문제가 사태의 쟁점이 되고 있다.

아무리 공익사업이라지만 개인의 사유재산을 이렇게 유린하여도 되는 것인지요?

한전이 원망스럽고 또 원망스럽습니다. 마을을 피해 송전선을 얼마든지 설치할 수가 있는데도 굳이 저희같은 사람들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이곳에 송전선을 설치하여야 하는지… 참으로 억울하고 분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보낸 탄원서의 일부이다. 투쟁을 벌이고 있는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이 건설되면 자신이 보유한 토지나 자택 자체가 가치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투쟁하는 주민들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측의 보상을 거부하고 건설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반드시 건설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한전 측은 국정감사 당시 고리-신울산 345kV 송전선의 용량증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굳이 밀양에 송전탑을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 측은 전력 수급계획에 근거해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하려면 송전탑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한전 밀양지사 특별대책본부 박장민 차장은 “경제성, 효율성 등을 감안했을 때 송전탑 건설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송전탑 피해가 어떤지 확인하러 주민들이 모두 충남 당진에 찾아갔다.

송전탑 설치 후 10년 만에 암환자가 급증하고, 마을은 텅텅 비어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어떤 할매는 송전탑이 생기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울며 신신당부하더라.

평밭마을 장재분(57) 할머니의 이야기다. 이처럼 송전탑 건설이 인체에 유해할 것이라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송전탑에서 자계가 형성되지만 인체유해여부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에너지행동정의 김복녀 씨는 “송전탑 건설로 인해 가축의 유산⋅불임이나 사람의 암 발생률이 높아진 사례가 많다”며 “특히 보통의 고압송전탑보다 높은 765kV 송전탑을 건설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장민 차장은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전자계의 유해성에 대해 밝혀지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안전성을 주장했다.

 

 

▲ 평밭마을 입구에서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운기로 바리케이트를 만들었다



이것이 왜 이기적인 행동인가, 살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투쟁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을 향해 님비현상이라고 말한다. 님비현상은 위험시설, 혐오시설 등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뜻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비판이 잘못된 인식이라 지적했다. 박태순 소장은 “밀양 주민들은 이 문제를 자신의 생명이 걸린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단순한 님비현상으로 지적하기에는 어렵다”고 전했다.

김복녀 씨는 “밀양을 향해 님비라고 외치기 전에 먼저 서울에다 송전탑을 짓는 것이 어떤가?”라며 “한 나라의 수도에서 지역의 피를 빨아먹으며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현재 서울의 전력소비량은 국가 전체의 10.9%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력 자급률은 2011년 기준 2.8%에 불과하다.

지난 8년간 설득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다가 언론에 ‘전기 공급이 시급하다’고 홍보하니 기가 막힌다.

우리 주민들은 전문가 단체를 구성해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고 계속해서 얘기했지만 한전 측은 직접 조사해 발표하겠 다고 되풀이할 뿐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 관련 국회 협의체에 참석했던 김길공(평밭마을자치회회장, 82) 씨는 분노했다. 한전 측이 충분한 대화 없이 사업을 강행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런 여론에 대해서 한전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장민 차장은 “대화와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은 반대하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부분”이라며 “수차레 공청회를 열었고, 토론회도 7차례 진행하는 등 충분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한전 측이 문제를 모두 금전적인 보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전 변준연 부사장은 지난 23일 ‘보상을 그렇게 해준다는데…’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논란이 됐다. 박태순 소장은“ 현대 사회에서 단순히 금전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려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해결방식”이라며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방관하고 있는 정부다. 이미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생명과 가치에 관련된 측면이 결합된 사안이다. 사상자들까지 나오며 심화된 갈등을 주민들과 한전 사이에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박태순 소장은 “한전은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이지 사업 자체를 철회, 변경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며 “사안이 확대됐음에도 정부나 국회에서 개입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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