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W.괴테, <파우스트>/ 인성기(독어독문) 교수

 

 

내 가슴속엔 아아!/두 개의 영혼이 깃들어서/하나가 다른 하나와 떨어지려고 하네/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빠져/현세에 매달려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고,/다른 하나는 과감히 세속의 티끌을 떠나/숭고한 선인들의 영역에 오르려고 하네.
- J. W. 괴테, <파우스트> 중에서


심각한 자기혼란에 빠진 채 제자 바그너에게 자신의 고뇌를 토로하는 이 인물은 바로 주인공 ‘파우스트’다. 희곡 <파우스트>는 대표적인 독일 고전문학으로, 인물의 대사는 모두 시 형식으로 돼 있다. 인성기(독어독문) 교수는 “원서에는 비슷한 어감의 단어가 문장 끝에 반복적으로 위치해 있어, 노래 가사를 연상시키는 각운이 나타난다”며“ 기회가 된다면 원서를 통해 고전문학작품만의 아름다운 표현을 느껴보는 것을 권한 ”고 말했다.

<파우스트>에서는 주인공인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순수한 처녀 마르가레테 등 상징적인 인물이 등장해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악’마저도 포용하는 신의 존재를 표현한다. 파우스트는 기존의 학문적 진리, 도덕적 선과 악 등 모든 인생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새롭게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체험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학자의 길을 버리고 세상 속에 직접 뛰어드는 파우스트의 모습에서 한계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인성기 교수는 “파우스트의 다양한 경험은 오늘날에 시도되는 융⋅복합적 학문에 대입될 수 있다”며 “대학생들이 바람직한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파우스트의 다양한 시도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펼쳐진다. 1부는 파우스트와 마르가레테와의 연애사건이, 2부는 파우스트와 헬레네와의 결혼사건이 중심이 된다. 이는 서로 유사 하면서도 대칭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또한 1부는 중세와 마을 등 사적인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진다면, 2부는 고대 그리스와 왕궁 등 신화·정치적 영역에서 사건이 벌어진다고 할 수 있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1, 2부에 걸쳐 파우스트의 주위를 맴돌며 그의 영혼을 빼앗고자 한다. 인성기 교수는 “<파우스트>를 읽는 동안 파우스트가 경험하는 양상을 파악하는 동시에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펠레스 간의 긴장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며 “두 인물로 대표되는 정신들의 변증법적 정반합의 과정이 줄거리 속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성기 교수는 <파우스트>를 읽을 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를 전체적으로 바라봄으로써 객관성에 도달하고, 그 속에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파우스트의 인물상은 본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여성을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생각한다거나 사회적 약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주인공의 태도를 작가가 비판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우스트>에 나타난 괴테의 언어는 철학적이면서도 진솔하다. 괴테는 약 60년에 걸쳐 <파우스트>를 집필했기 때문에 자신의 삶의 모습과 당시 사회의 모습을 반영했다. 인성기 교수는 “불신과 회의를 본성으로하고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계몽주의 사상(영국의 경험론, 프랑스의 합리론),루소의 자연주의 사상, 스피노자의 범신론 등이 작품에 반영돼 나타나고 있으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T.A 호프만의 <모래남자>는 <파우스트>를 읽을 때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인성기 교수는 “<모래남자>는 계몽주의의 합리성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과 낭만주의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자기비판이 주제”라며 “<파우스트>와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있으므로 서로 비교하면서 읽으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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