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열렸던 효원성년제 모습이다. 우리학교 한문학과는 매년 전통적인 성년제를 치르고 있다

지난 20일은 성년의 날이었다. 성년의 날을 전후해 각종 행사가 열렸는데, 우리학교 한문학과 역시 지난 16일 효원성년제를 지냈다. 올해로 15회째인 이 행사에 대해 한문학과 이민경 조교는 “고유의 전통 관례식에 근거해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의미를 다지는 행사”라고 그 의의를 밝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성년식은 전세계에 다양한 형태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유대인들의 성년식은 히브리어로 ‘바르 미츠바(바트 미츠바)’로 율법의 아들(딸)이라는 뜻이다. 이 이후 아이는 부모를 통하지 않고 신과의 계약 관계를 맺게 된다. 미얀마에는 ‘신쀼’라는 성년식이 있다. 10~15세의 아이들이 부처가 왕자의 신분에서 승려가 된 것을 표현하기 위해, 화려한 옷을 입고 흰 말이나 기타 탈 것을 타고 온 마을을 돌면서 친지와 이웃을 방문한다. 마지막 단계에 삭발하고 일정 기간 사원에서 승려 생활을 체험한다.

원시 부족들의 성년식에서는 으레 신체를 훼손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인도네시아의 사게오니족은 60일 동안 온몸에 문신을 새기며,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남자와 여자 모두 할례를 치른다. 프랑스 민속학자이자 인류학자인 A. 반겐넵은 성년식을 비성적(非性的)세계에서 분리돼 성적세계로 통합되는 과정으로, 남성 혹은 여성이라고 규정되는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라 설명한다. 그는 어른이 됐다는 표징으로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가 성년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봤다. 즉, 성년식을 통해 이전의 미성년적인 것을 죽이고 새롭게 성년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년식은 단군 신화에서부터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곰과 호랑이가 동굴에 들어가 금기를 지켜야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성인이되기 위한 의식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성년식이 정착된 것은 <주자가례>에 따라서 관례(여자는 계례)가 시행되면서부터이다. 관례를 지내서 상투를 틀어 올리지 않으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

또한, 과거의 모든 성년식은 혼인과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상태가 됐음을 의미했다. 우리말 ‘어른’의 어원에서도 이러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어른의 어원에 대한 질문에 “어른은 ‘어르-+-우-+-ㄴ’로 분석되는데, 이때 ‘어르다, 얼우다’는 남녀간의 성적 교감, 즉 혼인의 의미로 추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성년식은 그 사회에서 어른에게 요구하는 자질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령 유대 사회와 미얀마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종교적인 실천을 삶에서 행하는 것과 관계되며, 원시 부족은 어른으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부족을 지켜낼 수 있는 강인함을 증명해야 했다.

오늘날 성년의 날에 향수, 장미, 키스를 선물로 받고,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거나 나이트클럽에 가는 것이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성년식이 어른으로서 지녀야 할 ‘책임’을 이야기하는 진지한 의식이었다면, 오늘날 성년의 날은 어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만이 넘쳐나는 기념일이 됐다. 물론 시대가 변한만큼 우리가 쑥과 마늘을 견뎌야 할 필요는 없지만, 과거 성년식에서의 통증과 인내에 버금가는 성장통이 있어야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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