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 82,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 부감독관

▲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
황정숙(한국음악 82,졸업) 부감독관

고교 졸업 후 우리학교 예술대학 한국음악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별도의 학점관리는 하지 않았지만 가야금 하는 것이 좋아 즐기며 연습하다 보니 매학기 장학금을 받게 됐다. 졸업 후엔 국공립예술단체에 입단해 음악 활동을 해야겠다는 야무진 꿈이 있었으나, 그 당시 부산⋅경남지역에는 부산 시립 국악관현악단이 유일했고, 그마저도 공석이 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부산⋅경남은 예술의 불모지였다고 할 수 있다.

졸업 후 지도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국악학원 강사를 시작하면서 학생과 일반인들을 지도하면서도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2년 후에 김해에서 개인연습과 제자들을 양성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많은 학생을 각종 콩쿠르에서 수상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서울, 부산, 광주 등의 대학에 진학시켰다. 또한 김해지역에서 열리는 각종행사에도 참여하게 됐다. 점점 활동영역이 넓어지자 이를 토대로 김해 가야금연주단을 창단했다. 본격적인 음악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제자들이 하나둘 대학을 졸업해 사회로 나오는데, 필자가 졸업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제자들이 갈 곳이 없었다. 필자의 음악활동은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김해에서 열리는 행사를 할 때마다 시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호소했다. 가야금 음악의 품위를 고취시키고 활동영역을 넓히고자 아주 오랜 기간 공을 들여 가야금의 우수성과 김해에 가야금단이 생겨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 이유인즉슨 김해는 가야문화의 발상지이며, 3세기 전반 금관가야인 가락국 2대 거등왕이 칠점산에 살던 탐시선인을 초대하니 선인이 배를 타고 와서 왕과 함께 금을 연주하고 놀았다는 가사가 있듯이 김해에서 가야금의 맥을 이어받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은 이러한 찬란했던 가야의 역사를 배경으로 1998년에 창단된 전국 유일의 시립 가야금 연주단으로, 가얏고를 향한 사랑과 열정을 지닌 단원들이 모여 전통 가락으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꿈을 향해 도약하고 있다. 30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우리 연주단은 조상의 얼이 담긴 전통음악과 현재의 흐름에 어울리는 창작음악을 주 소재로 하고 있으며, 매년 2회의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가야금 페스티벌, 신년음악회, 송년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 총 30회에 이르는 다채로운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가야금으로 많은 사람에게 즐겁고 행복한 음악을 선사한다는 것이 내 삶에 대한 자부심이다. 인생의 선배로서 한마디 하자면, 기회는 늘 준비된 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항상 자신을 단련시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 좋은 기회들이 찾아 올 것이라고 믿으며, 남들 보다 조금만 더 깊이 몰입하면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가 펼쳐짐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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