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예술 연구회 정기공연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

  “대기실에서 10분이라도 눈 좀 붙여”라며 연출자 윤현덕(전자전기통신공 3) 씨가 공혜진(노어노문 2) 씨의 어깨를 두드린다. 소품을 정리하던 혜진 씨는 “이전 공연에서 많이 울어 피곤하지만 다음 공연이 긴장돼 잠이 오지 않아요”라며 웃는다. 옆에서 “이제 조금만 있으면 마지막 공연이네”라고 나지막이 말하는 차민희(철학 1) 씨의 얼굴에 아쉬움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공연 시작 10분 전, 무대 뒤에는 4명의 배우들이 손을 맞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모은다. “두 달 동안 모은 에너지, 마지막 공연에 모두 쏟아 붓자”, “우리 후회 없이 관객들 전부 울리고 내려오자”, “반쪽, 반쪽, 파이팅!”


  지난 2일, 극예술연구회 정기공연인 일본군 위안부의 상처를 그린 작품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 마지막 5회차 공연이 열렸다.


  1943년,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길을 떠난 금주, 순이, 봉기는 꿈에도 몰랐던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된다.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던 그들은 해방이 된 후 극적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금주는 “일본 군수공장에서 일했어요. 나고야에서 1년, 도미야마에서 2년”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연습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해방’을 앞둔 날까지도 봉기는 귀향비 마련을 위해 중국군과 한 방에 든다. 그날, 봉기는 돈을 주지 않는 중국군에게 두들겨 맞으며 “그래 내가 더러운 년이오”라며 울부짖는다.


  다음날, 이곳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던 순이는 “자기 몸에서도 냄새가 난다”며 어디론가 달려 나가고 봉기는 “난 끝났다”며 금주의 등을 떠민다. 봉기를 설득하던 금주는 설움에 북받쳐 “아버지, 군수공장에서 일한 게 아니에요. 저는, 저는 3년 동안 갈보 짓을 했어요”라고 오열한다. 결국 순이와 봉기는 고향의 땅을 밟지 못한다.


  1시간 30분간의 열연이 끝나자 배우들 눈은 퉁퉁 부어있고 관객들 손에는 휴지가 한 가득 들려있다. 김경난(의류 2) 씨는 “금주가 오열할 때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깊이 공감돼 마음이 짠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중국군을 맡은 박지훈(나노과학기술 1) 씨는 “연기는 처음보다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 많이 아쉬워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지훈 씨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깎고 중국어 지도도 받았다고.


  봉기 역을 맡은 임해리(신문방송 2) 씨의 공연을 보러왔다는 부윤주(동서대 게임디자인 2) 씨는 “친구의 연기가 날로 나아져 뿌듯해요”라며 “더 열심히 할 거라고 믿어요”라며 응원의 말을 전한다. 열연으로 눈이 퉁퉁 부어 있던 금주역의 혜진 씨는 “우는 연기가 많아 마음도 몸도 힘들지만 마지막 공연이니 최선을 다했어요”라고 밝게 말한다. 그들의 눈물과 열정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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